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래창조과학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과정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기본료 폐지 불가 입장은 세 번째 업무보고가 진행된 지난 10일 김용수 미래부 제2차관이 합류하면서 돌연 약화됐다.
앞서 진행된 2차 업무보고 직후 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자문위원이 "공약 이행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누구를 위한 미래부인가"라며 강하게 질타했던 미래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오히려 이제는 미래부가 더 적극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부가 3차 업무보고에서 '보편적 요금제'라는 개념을 제시해 급물살을 탄 통신비 인하 최종안이 22일 발표된다. 미래부가 제시한 '보편적 요금제'는 모든 가입자가 2만원대 요금으로 무제한 음성통화와 데이터 1GB(기가바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다.
미래부는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통신요금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가칭 요금제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매년 이통사의 통신요금 원가와 회계내용을 공유해 새로운 보편적 요금제를 출시하는 근거로 삼자는 것이다. 위원회는 공유된 내용을 토대로 이용자들의 사용패턴을 분석해 요금을 더 낮출 수 있는지와 제공 데이터를 더 늘릴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해 요금제를 정하게 된다.
미래부가 갑작스럽게 통신비 인하 이행방안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김용수 차관의 합류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와 시민단체 관계자는 "1, 2차 보고 당시 미래부에는 통신비 인하 방안을 끌고 갈 수장이 사실상 없었지만, 김용수 차관이 2차관으로 임명되면서 탄력이 붙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다른 관계자는 "장관과 차관 등 인사권자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안을 만들어 제시해봤자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나서겠나"며 "차관이 오면서 리더십이 생겼고, 차관이 직접 챙긴 결과"라고 분석했다.
돌연 태도를 바꾼 미래부가 통신비 인하를 강행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등 통신사들은 법적 대응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법적인 근거가 미약하거나 아예 없는 방안을 잇따라 들고 나오면서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보다는 국정위 압박을 기회로 활용해 규제 권한을 늘리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실제로 미래부는 그동안 시장 자율을 통한 경쟁 활성화, 사전 규제 철폐와 소매시장 중심의 규제체계를 도매시장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정책 목표에 따라 인가제 폐지를 검토해왔지만, 미래부의 최근 행보는 그간의 정책 기조를 일거에 뒤집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통신 전문가는 "이동통신요금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으며,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시장경제를 부정한 대표적 사례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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