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속 여성 폄하 금지'..독일 베를린에서 성차별적 광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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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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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 클릭 아트]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독일 수도 베를린 시내 전역에서 여성이 몸을 훤히 드러낸 광고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 시정부가 성차별적 광고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독일 국영매체 도이체벨레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광고가 어린 아이들에게 남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 그 이유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당이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베를린 시정부는 연정 합의안에 포함된 이 같은 금지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정책이 시내 전역에서 시행될 경우 국가가 소유한 모든 광고판에 성차별적 광고를 올릴 수 없고 민간 업체들이 설치한 광고들 역시 특별 위원회를 통해 규제에 부합하는지를 평가받는다. 

지난달 말 좌파당은 성차별적이거나 여성 혐오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광고 형태 목록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여성이 남성에 의해 신체 및 정신적으로 착취되거나 정복된 모습을 담은 광고”나 “여성을 신경질적이고 까다롭고 육아를 도맡고 신나게 집안일을 하고 쇼핑에 중독되고 의존적이고 남을 유혹하는 모습으로 그리는 반면 남성은 합리적이고 공격적이고 힘을 추구하고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강하고 자율적이고 활동적으로 그린 광고“ 등이 포함됐다. 그밖에도 “제품과 관계없이 여성의 벗은 모습을 강조하거나 여성의 성적인 면만을 부각시킨 광고”와 “특히 여성의 신체를 이용이나 구입이 가능한 물건이나 상품처럼 나타낸 광고” 등도 금지 대상 목록에 올랐다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이미 베를린의 크로이츠베르크-프리드리히샤인 구역은 2014년부터 이러한 광고를 금지해왔다.

베를린 좌파당의 대변인인 아이네스 슈미트 의원은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광고 속에서 여성들은 자주 폄하된다”면서 "맥주 광고에서 왜 여성은 가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옷을 입고 입술에 뭍은 맥주 거품을 핥는지, 버터 광고에서 왜 옷을 다 벗은 여성이 물 속으로 뛰어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광고 속에서 여자 아이들은 인형 놀이나 주방 놀이만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학생들이 학교 성적이 더 좋은데도 기술직에 여성이 없는 데에는 이런 광고가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그렇지만 광고업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정치인들이 광고까지 정치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독일 광고연합회의 랄프 노커 대변인은 도이체벨레에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더 부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 전문가들은 더 이상 성을 광고의 모티브로 삼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이런 광고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면서 “사실 법으로 금지된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법으로 금지할 경우 표현의 자유만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슈미트 의원은 “제도로 규정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업들에게 여성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권해도 바뀌지 않았다. 최저 여성 고용 비율이 법으로 정해지자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은 "정치가 자유 시장에 개입할 권리는 없다"며 이 같은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베를린 의회 야당인 기민당은 연정이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 힘이 부족하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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