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과 홍콩간 채권시장 교차 거래를 허용하는 '채권퉁(債券通)'이 이르면 내달 3일 개통될 예정이다. 이로써 중국이 통화, 주식에 이어 채권시장도 국제화에 본격적인 한발을 내딛게 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 대륙과 홍콩간 채권시장 교차거래(채권퉁) 협력관리 임시방안’을 공식 발표해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고 현지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 등이 22일 보도했다.
채권퉁은 외국인이 홍콩을 통해 중국 본토 채권에 투자하는 '베이샹퉁(北向通)'과 중국 본토투자자가 홍콩 채권에 투자하는 '난샹퉁(南向通)'으로 나뉜다.
우선은 베이샹퉁만 허용하고, 난샹퉁은 향후 순차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시행 초기에는 채권퉁의 일일 투자한도를 별도로 제한할 예정이다. 과도한 투자에 대한 통제관리의 필요성을 느낀 당국이 초기에 일일 투자한도를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한도를 완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또 채권퉁은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CIPS)을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CIPS는 인민은행이 지난 2015년 위안화 청산·결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한편 채권퉁 거래를 역내 결제시스템과 분리시켜 자본 유입 현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또 인민은행은 홍콩 금융관리국 등 관계 당국과 협력해 채권퉁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돈세탁 등 불법행위는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보유한 위안화 혹은 외화로 채권퉁에 투자할 수 있다. 외화로 투자할 경우엔 홍콩결제은행에서 환전해서 투자하고, 채권을 매도할 때에도 원칙적으로 다시 외화로 환전하도록 했다.
이밖에 채권퉁 시스템을 통해 최소 100만 위안(약 1억6600만원)의 주문을 넣을 수 있고, 최소 변동 단위도 100만 위안이다. 매 거래일 거래 시간은 베이징(北京) 시간으로 9시~12시, 13시30분~16시30분이다. 해외 투자자가 거래하는 채권은 국채, 지방정부, 회사채 등 은행간 시장에서 유통되는 각종 위안화 표시 채권이다.
임시방안에서 구체적인 채권퉁 개통일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홍콩 회귀 20주년을 기념해 내달 3일 월요일 개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통 초기 채권퉁 거래 규모는 비교적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거래규모를 통제하는데다가 중국 본토 채권시장 이해도가 낮은 해외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채권퉁이 중국 자본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은 채권퉁 개통으로 외국인 자본을 끌어들여 자국의 채권시장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물론 중국 본토 금융시장의 대외개방 및 위안화 국제화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펑청 시티은행 아태지역 투자 스트레지스트는 "중국 자본시장에서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 편입보다 채권퉁 개통이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 6조~7조 달러 규모의 중국 채권시장이 개방되면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선강퉁·후강퉁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65조9000억 위안(약 1708조원)으로,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은 8300억 위안 정도로, 전체의 1.2~1.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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