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미국은 웜비어 사망사건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제3국 기관·개인을 직접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자국 기업과 일부 북한 기업 간의 사업거래 금지를 좀 더 엄격하게 감독하기로 하면서 미·중 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 공조를 같이하기로 합의했다.
대북 압박 면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의존해 대북 압박 강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방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와,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자칫 외교적 고립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미·중 외교·안보대화(DSD)를 통해 북핵 문제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비핵화'를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이날 "미·중 양국의 이 같은 북핵 위협에 대한 인식과 공조 노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미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우리 정부는) 미·중 외교안보 대화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과 7월 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북핵 관련 주요국과의 정상 차원 양자 협의를 통해 북핵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신정부의 전략적 로드맵을 주도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중 양국이 대화보다 제재에 방점을 찍으면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만 연일 강조하는 새 정부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문 대통령이 주장하는 한국 주도의 남북관계·북핵문제 해결은 이번 한·미 정상에서 한국이 북핵문제에서 중국이 취하는 역할과의 간극을 최대한 좁히는 협상력의 발휘가 관건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한국이 (대북정책에서) 좀 더 적극적·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국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때 남북관계도 훨씬 평화로웠고 미·북관계도 훨씬 부담이 적었다"고 주도적 역할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도 필요하겠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당사국인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대북 압박과 제재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이탈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는 동시에, 미국이 생각하는 대화 조건과 한국이 생각하는 대화 조건에서 차이나 날 것라고 생각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더 이상 미국을 대북 정책의 관여 파트너로 삼기 어려워졌다"며 "한국 입장에선 사드나 북한에 대한 관여 모멘텀 확보가 절박한데 상황이 불리해졌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는 데 대해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은 요구 수준을 높여 향후 남북 간 협상에서 교섭력을 키우려는 것"이라며" "이런(경색)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공세적 차원의 위협이 한·미 정상회담 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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