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일본 정부가 7월 중 큰 틀에서의 합의를 목표로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계협정(EPA)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요한 경제 정책으로 보이지만 일련의 정치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 7월 5일께 일·EU EPA 협상 구체화 목표
니혼게이자이신문, 지지통신 등 현지 언론이 2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월 7~8일 예정돼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일정에 앞서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과 일·EU 간 EPA의 큰 틀 합의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구상하는 회의 일정은 5일께다.
일본 정부가 잠정적으로나마 협상 기한을 7월 초로 구체화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보호 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기로 한 만큼 새로운 경제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TPP 체결에 집중했던 상황에서 미국의 탈퇴로 조기 발효가 어려워지자 속도감 있는 성장을 전제로 하던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가 위태로워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EU와의 EPA가 추진되면 일본산 자동차나 전자제품 수출 가능성을 어필해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정치 역풍 무마 위해 무리한 목표 설정 지적도"
일각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점수를 딴 뒤 아베 총리뿐만 아니라 집권 자민당까지 위협하고 있는 일련의 정치적 이슈를 무마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사학 스캔들 등으로 역풍이 강해지는 가운데 경제적 성과를 과시화해 국정 능력과 연결시키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부인인 아베 아키에가 연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이어, 본인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의 수의학과 신설에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일련의 사학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최근 폐회한 국회에서는 범죄를 사전에 모의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공모죄' 법안의 강행 처리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다.
잠정 합의 목표로 잡은 시한까지 열흘 여 남은 상황에서 무리한 일정이라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일본과 EU 양측 모두 주력하는 협상 포인트에 온도차가 있는 탓이다. 일본 측은 EU의 자동차 관세 조기 철폐 등을 조건으로 걸고 있는 데 반해 낙농 분야에 경쟁력이 강한 EU 측은 치즈 관세 철폐 등을 TPP 조건 이상으로 강요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보도를 통해 "자민당이 이달 설치한 경제협정대책본부는 연관업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를 통해 23일께 교섭 방침을 정리해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2주 앞으로 다가온 G20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는 다급함에 재계에서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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