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터키 당국이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진화론을 삭제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이슬람권 세속주의 국가인 터키가 이슬람 원리주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하에서 이슬람 원리주의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영국 일단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터키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알파슬란 더머스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더머스 위원장은 진화론 삭제의 이유로 진화론이 너무 복잡하고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육부 웹사이트에 게재된 영상에서 “우리는 이 주제가 학생들이 이해수준을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는 9학년 생물학 교재에서 진화론을 삭제하고 대학에서 배우도록 할 방침이다. 이슬람교는 진화론을 인정하지 않지만 중동 이슬람 국가들도 고등학교 생물 과정에서 진화론을 짧게나마 가르치고 있다.
그밖에도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트에 대한 교육 내용은 줄어들고 종교 학습 시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변화는 라마단 종료 후 열리는 바이람 축제가 끝난 다음 주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진화론 삭제를 두고 터키에서는 올해 초에도 한 차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는데 공식 발표가 될 경우 추가적인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속주의 단체들은 오랫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이 술탄을 꿈꾸면서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트의 세속주의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지난 4월 터키가 아타튀르트의 공화국 수립 이후 약 1세기 만에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 집권제로의 개헌을 통과시키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명실상부 21세기 술탄으로 등극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외신들은 이번 교육과정 변화를 이슬람 원리주의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이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사회 변화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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