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그리트 뒤라스, '오렐리아 스타이너'(멜버른, 1979)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영화 속 숨겨진 이야기를 작가의 시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미술관에 내걸렸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오는 7월 16일까지 서울관 MMCA필름앤비디오 영화관에서 '2016-2017 MMCA필름앤비디오 특별기획프로그램 <이야기의 재건> 시리즈'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이야기의 재건5: 폴리포니, 가상의 나'를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영화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며 독창적인 서사 실험에 주목해온 '이야기의 재건' 시리즈의 다섯 번째 프로그램으로, 자유로운 시적 에세이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온 마르그리트 뒤라스, 패트릭 킬러, 에릭 보들레르, 양혜규 등 네 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의 에세이 영화는 작가의 주관적 시점을 메타포로 변형하면서 영화의 내적 운율을 전달하고, 잊히거나 숨겨지고 또는 사라진 이야기들을 재구성한다.

패트릭 킬러, '로빈슨 인 스페이스'(1997)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마르그리트 뒤라스(1914~1996)는 47권의 책을 출간하고 19편의 영화를 만든 20세기 프랑스 대표 작가이다. 그는 '라 무지카'(1966)를 폴 세방과 공동 연출한 이후 본격적으로 영화 작업을 시작해 '파괴하라, 그녀는 말한다'(1969), '나탈리 그랑제'(1972), '인디아 송'(1975), '트럭'(1977) 등을 연출하며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뒤라스는 동시대 프랑스 문호 장 콕토와 더불어 문학과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선도하고 현대 미학에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야기 재건 5'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오렐리아 스타이너'(1979) 멜버른·밴쿠버 버전을 포함해 총 네 편의 단편을 선보인다.
패트릭 킬러(67)는 영국의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며, 풍경과 환경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런던에서 건축을 전공한 후 킬러는 왕립예술학교에서 아방가르드 영화학자 데이비드 커티스와 교류하며 본격적으로 영화 제작에 입문했다. 그의 작업은 감독의 주관적인 카메라 시점과 보이스 오버(내레이터의 화면 해설) 사용이 특징이다. 상영관에선 가상의 인물 '로빈슨'을 통해 현대 영국의 정치·경제·역사를 이야기하는 '로빈슨 3부작'을 비롯해 그의 전작(全作)이 흐른다.

에릭 보들레르,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2014)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에릭 보들레르(44)는 다양한 시각예술 매체를 이용해 작업을 해왔다. 그는 '막스에게 보내는 편지'(2014), '어글리 원'(2013) 등의 영화로 마르세이유·로카르노·토론토 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특히 그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역사·지역 안에서 단절되거나 사라진 존재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재구성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뽐낸다.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양혜규(46)는 미술·역사·문학·정치의 이면을 조사하면서 보이지 않는 사회 구조를 들여다본다. 이번에 상영될 비디오 3부작(2004~2006)은 부유하는 여행자의 심상과 모호한 도시풍경 이미지가 교차하는 작가의 섬세한 시적 에세이 영화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양혜규는 사회의 은폐된 구조뿐만 아니라 미술사, 역사, 문학 그리고 정치적 전기를 지속적으로 조사하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다시 상상한다"며 "그의 작업 기저에는 이주, 탈식민적 디아스포라, 강제 유배, 사회적 이동성 등 자신의 작업에서 반복되는 주제에 대한 재해석이 깔려 있다"고 평했다.

양혜규, '휴일 이야기'(2007)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프로그램 기간 동안 총 20개 작품이 29회차에 걸쳐 상영되며, 내달 15일 오후 4시엔 양혜규의 아티스트 토크가 진행되리 예정이다. 프로그램 관련 자세한 사항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www.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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