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노동유연성 없이 일자리 확대 없다"…유럽이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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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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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 IT중소기업부장]


"노동시장 유연성이 확보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새 정부의 고용시책과 적극 발을 맞춰갈 수 있는데 일방적인 추진이 아쉽습니다"

얼마전 만난 한무경 여성경제인협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계는 노동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정규직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뜩이나 고용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과 특히 시장 변화에 더욱 민감한 제조업들은 수시로 생산물량을 조절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탄력적인 인력 운용이 힘든 정규직을 늘리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규직 전환을 급격히 추진하는 경우 국내 노동법상 평생고용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황에는 증가하는 고정비로 경영현황이 악화되고, 호황기를 맞아도 비용증가 부담으로 신규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정부와 기업이 그동안 규제 완화나 노동시장 유연화를 만병통치약처럼 쓰다 보니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 양극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고용의 질을 바꾸자는 게 대세인데 노동 유연성·생산성 제고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의 각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를 골자로 한 정부의 노동 정책을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여전하다. 일각에선 주력 사업이 아닌 업무의 경우 외부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전세계적인 추세인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위험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스위스 유니언뱅크(UBS)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국가별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139개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83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기술 순위(23위)와 비교해보면 대조적이다.  

유럽의 최근 사례를 보더라도 주요국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노동유연성에 무게를 실어 정책입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동개혁에 성공한 독일과 영국이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을 단행해 해고보호를 5인 이상에서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바꿔 고용경직성을 해소하고, 시간제 근무 일자리를 확대했다. 영국은 대처 전 총리의 1차 개혁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노동법을 개정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했고, 캐머런 전 총리의 2차개혁을 통해 2015년 공공노조 파업요건을 전 노조원의 50% 이상의 투표가 필요하도록 개정했다. 30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선출한 프랑스는 주당 35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연장하고, 경영상 해고규정을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 위기를 맞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도 2010년 이후 노동시장 유연성 및 역동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이런 모습은 ‘일자리 창출’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건 정부에 시사하는 게 적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와 관련해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정부 주도로 정규직화를 급격히 팽창시키면 취업의 문이 닫히게 되고 미래 고용 기회는 박탈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노동자에게만 주목하면 미래의 고용은 소외되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비정규직을 무리하게 정규직화하면 임금 상승, 고용시장 경직 등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으로 경고하는 산업계와 같은 맥락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가 두고두고 곱씹어봐야 할 대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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