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진희·김지윤 기자 = 내년 상반기에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대가 반년 가량 늦춰진다.
신기술의 안정성, 협력사 간의 이해관계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7나노 공정의 적용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정 기간’은 상대적으로 관련 기술의 개발에 늦어진 삼성전자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의 모바일 AP 공급 업체인 미국의 퀄컴이 차세대 제품인 ‘스냅드래곤845’에 10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내년 상반기 출시하는 ‘갤럭시S9 시리즈’와 ‘G7’ 등 프리미엄 제품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관련 업계에서는 7나노 공정 기술이 스냅드래곤845에 처음으로 적용될 것으로 추정했다. 퀄컴의 7나노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빠르면 오는 10월 7나노 공정 기술의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력사 간 이해관계 등이 엇갈리면서 퀄컴이 스냅드래곤845의 다음 모델인 ‘스냅드래곤855’에 7나노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10나노 제품의 재고량 소진 등의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퀄컴은 올해 1분기부터 10나노 공정을 적용한 스냅드래곤835를 삼성전자에 본격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에도 LG전자 등 주요 고객사에 납품한다. 수율 문제 등으로 시기를 분산해서 판매한 것이다. 최근에서야 제품의 안정성과 완성도가 높아지고, 재고의 여유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의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급하게 7나노 공정을 채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7나노 공정 기술의 안정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10나노 공정 기술은 안정화 시기에 들어선 데 반해 7나노는 아직 제대로 된 시제품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TSMC의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제품의 양산에 나섰다가 시장의 신뢰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과거 TSMC는 그래픽카드와 관련해 무리한 수주를 했다가 수율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따라 7나노 공정 기술의 개발에서 TSMC에 6개월 가량 뒤처진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최근 한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SMC에 7나노 수주 물량을 뺏겼다. 삼성전자가 10나노 모바일 AP 시대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기술의 향상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TSMC는 7나노 공정에 투자를 확대하며, 삼성전자를 앞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AP 7나노 시대가 예상보다 6개월 가량 늦춰지면서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역전의 찬스’가 생긴 셈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내년 상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사용될 10나노 기반의 스냅드래곤845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기술임을 퀄컴에 강조해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퀄컴이 7나노 수주 물량을 이미 TSMC에 맡겼다고 해도 일정량은 삼성전자가 생산할 수도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삼성전자도 관련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발주사들은 2~3곳의 업체에서 제품을 받으려는 경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TSMC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의 7나노 공정 적용이 늦춰지면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내년 상반기가 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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