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3일 오전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인 명단을 발표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등 52명의 재계 인사가 포함됐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10개사, 중견기업 14개사, 중소기업 23개사, 공기업 2개사로 중소·중견기업이 3분의2 이상을 차지했다.
경제인단은 방미 기간 동안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을 풀기 위해 다양한 미국 현지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제인단이 미국에 ‘선물을 안길 수 있는’ 기업들 위주로만 선정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경제인단 선정이 민간 주도로 구성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한상의로 접수 창구가 일원화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들의 의견은 사실상 배제됐고, 참가가 확실시됐던 롯데와 포스코, KT 등을 비롯한 몇몇 기업들은 대한상의가 정했다고 밝힌 기준을 맞추지 못해 최종 심사 결과에서 탈락하는 등 정부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탈락은 가장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상위 품목 가운데 철강금속제품은 기계류·전기전자제품에 이어 3위에 올라 있고,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에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철강업계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제철 등기임원으로 등재되어 있어 그의 역할론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으나 자동차 현안이 더 급한 관계로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찌됐건 경제인단은 미국 입장을 반영해 구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철강과 석유화학 이슈는 논의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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