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조선시대의 설화가 아니다. 금융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기상천외한 금융사기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게 마련이다. 투자자 스스로 조심하면 된다지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게 하려면 방법은 한 가지다. 김선달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김선달이 감히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없도록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 비슷한 금융사기 사건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니 이런 현실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모인 곳이다. 회원 수가 무려 3만명을 넘었다. 모든 회원이 금융사기 피해자는 아니지만, 어쨌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비슷한 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이 커뮤니티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미리 사기를 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한다. 이곳에서는 실제 사기집단으로 확인된 곳뿐 아니라 사기 의심 업체들도 숱하게 거론된다.
얼마 전 한독투자자문이 유사수신 행위를 벌이다 덜미를 잡혔다. 2016년 3월부터 최근까지 투자자 1012명에게 연 12∼72%에 달하는 고수익을 약속하고 투자금 330억원을 받은 혐의다. 그러나 정작 투자 활동을 하진 않고 고객들의 돈을 돌려막기 식으로 유용했다. 투자자 1000여명이 230억원에 달하는 원금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유사 투자자문사 설립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 보니 현대판 김선달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이다. 감독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대책이 없다.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라면 없애야겠지만, 서민들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감시가 느슨해서는 안 된다.
물론 투자자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상식적인 기준보다 제시하는 조건이 좋다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무지하고 욕심 많아 대동강을 샀던 부자만을 탓해선 안 된다. 잔꾀를 부려 부당이득을 취한 김선달을 강하게 처벌하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