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일감몰아주기 정책' 편법승계 차단 효과 미비…구체적 법개정 뒷받침 필요

아주경제 채명석·윤정훈·김지윤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관련, 전문가들은 정책의 큰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편법승계를 저지하는 효과가 적고, 대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이 정책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이 조금 더 구체적인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고, 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26일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위의 방향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법이 집행되려면 추진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법리가 확립돼 있지 않고, 새로운 시행이라서 규제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몇 년 전에 공정거래법 제23조 2조항이 신설되면서 대한항공 등 일부 기업진단 문제를 공정위가 처리했지만 이후에는 커다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면서 “공정위로서는 강하게 ‘일감몰아주기’ 정책을 펼치는 당의성은 있지만 적법한 기준의 선례가 없다는 점이 딜레마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법 23조2조항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노동계는 재벌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서 편법승계를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흔히 말하는 재벌 3세의 편법승계도 이를 막기 위한 장치가 있었는데 틈새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았다”며 “재벌은 끊임없이 제도적 여건 안에서 새로운 편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라 ‘창과 방패’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편법승계를 저지하는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공정거래 측면에서 내부거래를 견제해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법 승계나 소유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 김 위원장이 당장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일감몰아주기 정책이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투명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하는 ‘성장통’으로 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 교수는 “일감몰아주기는 아주 중요한 불법 내지 탈법이다. 규제로 인해 국부유출 등 이유를 대는 것은 그 기업이 그동안 나쁜 짓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면서 “현행법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일 때 적용받는데, 그 부분을 훨씬 낮추고 계열사 간접소유 지분까지도 함께 포함시켜서 합산하는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고 공정위 정책에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이 일감몰아주기에만 매달려 있는 동안 진짜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재벌개혁은 시기를 놓치면 어려워서 기회가 왔을 때 불가항력적 개혁을 해야한다”며 “마치 계속해서 권력이 있을 것처럼 하면 시간이 지나면 기업에 잡아먹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행법이나 시행령을 바꾸지 않은 4대 재벌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는 큰 설득력이 없다”며 “일감몰아주기보다 대기업의 소유 출자구조, 문어발식 확장 등 경제력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