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 '홍콩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홍콩 최대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이 과감한 시위를 벌여 중국 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취임 후 첫 홍콩 방문을 앞둔 지난 26일 오전, 조슈아 웡을 비롯한 데모시스토당 당원들은 1997년 주권반환을 기념해 중국 당국이 홍콩에 선물한 골든 바우히니아 상에 검은 천을 씌우는 시위를 감행했다.
대만 중앙사(中央社)는 이 시위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전했다. 웡 비서장은 "이번 시위의 목적은 홍콩 시민들에 '주권을 넘겨준 지 20년'이라는 사실을 각성시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데모시스토당은 역시 이 시위는 1997년 이후 대형 정치적 실수를 한 당국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표현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웡 비서장은 "검은색으로 바뀐 바우히니아는 지난 20년간 권위적인 정권의 강경 통치를 상징한다"면서 "자유선거와 민주주의라는 홍콩인의 시민권과 정치적 권리를 박탈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일국양제는 이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홍콩의 자치권은 베이징(北京) 중앙정부의 끊임없는 간섭과 압력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웡 비서장은 "홍콩 반환 20주년인 7월 1일에 홍콩 시민들이 거리로 나가 시 주석에게 민주자치정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바람을 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검은 천' 시위에 대해 비난도 나오고 있다. 친중국 매체인 홍콩 대공망(大公網)에 따르면 중국의 사회 각계에서 이 시위가 반환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골든 바우히니아 상을 모독했으며, '수준이 낮고 유치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공안조례'를 위반한 혐의로 이 시위를 주도한 자들이 5000홍콩달러(약 72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12개월의 구금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골든 바우히니아 상이 있는 골든 바우히니아 광장은 홍콩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홍콩 정부가 국기 게양식을 거행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데모시스토당 당원들이 동상에 내건 검은 천은 얼마 안가 출동한 현지 경찰에 의해 제거됐다.
웡 비서장이 중국 당국의 눈엣가시로 떠오른 건 2014년 일어난 홍콩 민주화 시위(우산혁명)부터다.
우산혁명은 홍콩의 대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한때 10만명 이상이 운집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홍콩 젊은 세대들의 민주화 운동 참여를 이끈 중심인물은 당시 고등학생에 불과했던 웡 비서장이다.
2014년 10월 미국 타임지는 윙 비서장을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청소년'으로 선정했다. 같은 해 11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역시 그를 ‘글로벌 싱커(Global Thinkers)’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이 평가에 대해 중국 내륙과 홍콩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1996년 10월 홍콩의 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웡 비서장은 공민당(公民黨) 당원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영미권 가치관을 형성했다. 그는 중국의 전통 사상을 버리고 민주·사상·언론의 자유를 내세우는 걸 목적으로 하는 학민사조(學民思潮)라는 학생 운동 조직과 데모시스토당의 초창기 멤버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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