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를 시키려면 작명소를 찾을 필요 없이 ‘지현’이라는 이름으로 짓는 것이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의 이름은 모두 ‘지현’이다. 말 그대로 ‘지현천하’인 셈이다.
지난달 28일 이지현(21·문영그룹)이 E1 채리티오픈에서 우승한 뒤 김지현(26·롯데)이 롯데칸타타오픈에서 정상에 올랐고, 이후 동명이인 김지현(26·한화)이 에쓰오일 챔피언십과 한국여자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번엔 오지현(21·KB금융그룹)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오지현은 25일 경기도 안산 대부도 아일랜드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낚아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행운의 연장 승부 끝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이후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2014년 프로 데뷔 이후 최근 3년간 해마다 1승씩을 거둔 오지현은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받았다.
투어 첫해 성적은 상금랭킹 64위로 부진했다. 시드순위전까지 밀렸다. 하지만 2년차인 2015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해마다 우승을 챙겼다. 지난해에는 상금랭킹 12위까지 올라섰고, 올해는 이번 우승으로 10위(2억4211만6280원)로 ‘톱10’에 들었다.
오지현은 현재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3학년에 재학 중이다. 투어 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구파’다. 중학교 때 측정한 IQ도 143으로 높아 학업 성적도 우수했다.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도 수학과 과학이라고. 코스를 공략할 때도 접근법이 남다르다. 오지현은 “수학적, 과학적으로 접근한다고 할까”라고 웃으며 “미스샷을 해도 어디에 할 때 파 세이브 확률이 높을지 생각하고 플레이를 하는 편”이라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비결을 공개했다.
머리가 좋다고 골프를 잘 치는 것은 아니다. 오지현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엄청난 노력파다. 어려서부터 왜소한 체격에 몸이 약해 근력 운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운동을 쉬면 살도 찌는 체질이라 지방이 몸에 붙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오지현의 올해 1차 목표는 1승이었다. 이젠 그 이상을 꿈꾼다. 시즌 첫 다승의 꿈이다. 오지현은 “시즌 초 목표는 1승과 타이틀 방어였다. 이번 우승으로 목표를 모두 이뤘다”며 “매해 1승만 했는데, 이젠 2승, 3승을 향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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