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양대 에어컨 제조사인 메이디(美的)와 거리(格力)간 특허전쟁이 한창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특허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
메이디가 최근 거리를 상대로 장쑤성 쑤저우, 광둥성 광저우에서 3건의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현지 경제 전문일간지 제일재경일보가 27일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메이디는 21일 쑤저우시 중급 인민법원에 거리가 자사의 축류팬 발명특허를 침해했다며 관련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3000만 위안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어 26일엔 광저우 지적재산권법원에는 에어콘 부품 포장·설치 간편화 기술 등 2건의 실용신안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거리 측에 각각 500만 위안씩, 모두 1000만 위안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는 앞서 거리가 메이디와 메이디 판매회사인 베이징 톈앙웨이예(天昻偉業)가 메이디의 에어컨 제품이 자사의 에어컨 패널 실용신안 기술 등 2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5000만 위안(약 83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한데 대한 맞소송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현재 이 특허침해 소송건은 베이징 지적재산권 법원에서 처리 중으로, 메이디는 이미 이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시해 법원에서 심리 중에 있다.
거리가 메이디를 특허 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거리는 지난 2008년을 시작으로 2012년, 2013년에 이어 벌써 네 번째로 메이디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세 차례와 달리 메이디가 이번엔 가만히 있지 않고 맞소송을 제기한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메이디가 맞소송을 제기한 것은 강화된 기술 경쟁력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중국 에어콘 업계 1위 거리를 따라잡기 위해 메이디는 그동안 기술 연구개발(R&D)에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메이디의 R&D 투입비용은 60억4600만 위안으로, 연매출의 3.8%를 차지했다. 거리가 같은 기간 매출액의 3.6%를 R&D에 투입한 것보다 많다.
덕분에 메이디는 이미 전 세계 가전업계 '특허왕'이 됐다. 지난해 톰슨로이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메이디 기술 특허 수는 전 세계 가전업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메이디가 보유한 누적 특허 건수는 2만6000건으로, 거리(1만5862건)보다 많았다.
게다가 시장 점유율 방면에서도 메이디는 빠른 속도로 거리를 추격해오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ZD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에어컨 시장 점유율에서 거리가 38.6%로 1위를 차지했으며, 메이디 13.2%,하이얼 10.5%로 그 뒤를 이었다. 2015년까지만 해도 거리 시장점유율은 57%에 육박했으나 1년새 쪼그라든 것이다.
장옌빈 중국에어컨산업연구원 원장은 "국내 에어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간 경쟁이 마케팅에서 특허 방면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기업들의 특허 의식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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