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이나 은행 같은 판매사도 성과에 따라 돈을 받으면 더 적극적으로 상품을 팔고 사후관리를 해줄 거라는 얘기다.
2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삼성·신한BNP파리바·KB·미래에셋·트러스톤자산운용이 이달 1~14일 내놓은 17개 성과보수펀드 설정액은 현재 12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아직 전산시스템 문제로 판매사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펀드슈퍼마켓 세 곳뿐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그래도 애초 기대에 비하면 성과가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서는 판매사를 늘려도 판매보수와 성과를 연계하지 않으면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판매사 입장에서 판매보수가 성과에 연동되지 않는다면 펀드를 적극적으로 팔 유인이 없다"며 "수익이 나기 전에 환매를 권하고 다른 상품에 가입시켜 수익을 내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구나 선취수수료를 떼는 A클래스는 성과보수펀드로 만들 수 없다. 후취수수료를 내는 C클래스로만 성과보수펀드를 출시할 수 있다. C클래스는 A클래스에 비해 가입자를 유치할 때 수수료 단위가 작다. 판매사 입장에서 높은 수수료를 받는 상품을 파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다.
고객 입장에서도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목표수익률을 넘기면 불어나는 성과보수를 피하려고 조기 환매에 나설 수 있다. 게다가 판매보수를 연계하지 않아 아직 비용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
실제 성과보수편드 운용보수율이 높아봐야 0.20%로 기존보다 크게 낮지만 판매보수율은 최대 0.70%로 3배 이상이다. 여기에 수익률에 따라 성과보수까지 내야 한다면 매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운용사가 투자종목을 고른다면 판매사는 펀드 가입과 해지 시기를 결정한다"며 "판매사도 책임감을 가지고 고객을 설득할 수 있도록 판매보수에 성과를 연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공모펀드가 성과보수형으로 나온다면 자산운용사가 경영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아도 환매에 시달리고, 나빠지면 운용보수를 못 받는 구조"라며 "선진시장에서도 성과보수형 펀드를 도입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과보수펀드는 이달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됐다. 자산운용사는 새 펀드를 내놓을 때 성과보수체계를 적용하거나 자기자본을 2억원 이상 투자해야 한다. 성과보수펀드는 기본 운용보수를 기존 0.7%대에서 0.07~0.20%로 크게 낮췄다. 대신 수익이 나면 그에 비례해 성과보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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