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차이나 리포트] ‘부활 40주년’ 맞은 ‘중국판 수능’ 가오카오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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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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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05년 과거제 폐지 후 근대 대학 탄생…1952년 전국 단위 가오카오 시작

  • 2014년 상하이·저장성 학생 대상 ‘두 번 시험’ 등 新가오카오 올해 첫 시험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그래픽=임이슬 기자 90606a@]

가오카오(高考)는 중국의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대학입학시험을 말한다. 정식 명칭은 일반대학입학 전국통일시험으로 ‘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가오카오 ‘부활’ 40주년이다. ‘부활’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가오카오가 정치적 이유로 10년 동안 폐지됐다가 1977년에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7년은 가오카오 ‘원년(元年)’이기도 하다. 2014년에 새로운 가오카오 개혁방안이 상하이(上海), 저장(浙江)성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범 시행을 하기 시작됐고, 올해는 상하이·저장성 수험생이 신(新) 가오카오를 치르게 되는 첫 해다. 가오카오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가오카오 부활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편집자주>

◆ 가오카오의 역사와 현재

올해는 기존 가오카오와 신가오카오를 함께 진행하고 방안에 대한 평가와 검토, 그리고 향후 전국 범위에서의 실행과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매년 6월 초 중국은 온 나라의 관심을 모으고 모든 대중매체의 헤드라인에 점거하는 중요한 뉴스가 ‘국사’다. 가오카오가 중국 전역에서 치러지는 기간이다.

한국 대학입학 전형에 수시와 정시가 병행하는 방식과 달리 중국에서는 가오카오 이외에 대학 정원이 매우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국가 특수 공헌 등 극소수의 경우 제외한 다수의 학생에게 대학 진학할 수 있을지, 어느 수준의 대학에 갈 것인지는 이틀 동안 간 치르는 단 한 번의 가오카오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에서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에서는 ‘지식이 운명을 바꾸다’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사회 계층을 이동하고 ‘출세’를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경로 중의 하나로 옛날부터 교육을 숭상하는 전통이 중국 문화에 배어 있다.

1905년에 봉건 과거제도의 폐지와 함께 ‘교육은 건국의 근본(敎育乃立國之本)’이라는 이념이 확산되면서 근대 대학의 모형이 형성된다.

신중국 성립 이후 1952년에 중국 정부가 구소련의 고등교육체계를 모방해 가오카오 제도를 수립했다.

문화대혁명 이후 가오카오 제도는 중국 대학 입학전형과 인재선발에 주도적인 역할과 절대적인 권위를 확립되고, ‘가오카오가 운명을 바꾼다’는 인식이 그 시대의 사람들의 관념에 깊이 박혔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부장은 모두 1977년 가오카오 부활 첫 해 570만명 수험생 중에 최종 4.8% 합격자 중의 한 명이었다.

가오카오 부활 40년이 된 오늘날 가오카오 합격률은 이미 1977년의 4.8%에서 82%를 넘어섰고 2억명 넘는 대학생을 배출했다.

가오카오 제도의 실행은 중국 고등교육의 보급과 인재의 양성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고, 중국 인구 규모와 교육 기반을 감안했을 때 반세기가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999년 중국 대학 확대 모집 시작되고 가오카오 합격률은 급히 상승했으며, 대학교육의 보급은 가속화됐다.

이 조치는 전반적 교육수준의 향상과 중국의 현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나, 동시에 진학률의 과속한 증가는 학생 수량과 교육의 질 사이의 갈등을 함께 초래했다.

학교 인프라 미비, 교사인력 부족, 대학교육 퀄리티 하락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잇달아 불거지고 그 결과 대졸 학력이 평준화돼 대학생은 지식 엘리트 계층으로서의 자부심과 월등감이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대졸 학력은 취업 시장에서의 경쟁 우세가 약화되고 학생들의 목표는 ‘대학’에서 ‘명문대학’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2017년 5월 31일 기준으로 중국 대륙 2631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에 4년제 대학은 1243개교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 중에서 대중의 인정을 받고 ‘명문대’라고 부를만한 대학은 5%을 넘지 않는다. 가오카오 합격해도 4년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학생 비율은 40%를 넘지 못하고 명문대 진학자는 더더욱 극소수다.

중국 가오카오는 한국의 수능이라고 불리지만,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다르다.

한국에서 매년 3월은 한 학년의 첫 학기이지만 중국에서 9월은 한 학년의 첫 학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가오카오는 매년 6월 초에 치르고 대대로 6월 말에 성적을 발표하며, 7월~8월에는 대학을 지원한다.

학생 규모와 대학 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대학 모집도 3~5차례로 나눠 진행한다. 올해의 경우 가오카오 수험생은 무려 923만명이었다.

◆ 가오카오 개혁 및 문제점

치열한 가오카오 경쟁은 완화하는 추세가 보이지 않지만, 가오카오는 여전히 중국에서 가장 공평한 선발방식으로 인정받는다. 가오카오는 ‘점수’를 유일한 선별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가장 공평한 선발 제도이면서도 반대로 단편적인 평가 방식의 폐단과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가오카오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높아짐에 따라 가오카오 가혁의 요구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2014년 신가오카오 개혁 방안의 출발점은 기존 가오카오의 폐단을 개정하고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최대화 시키는 동시에 수험생의 부담감과 긴장감을 감소하는 데 초점을 뒀다.

즉, 점수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는 교육 현실로부터 탈피해 전인교육(素質敎育)으로 전환하는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더불어 중국 중·서부 등 낙후지역과 농촌빈곤지역의 학생에 대한 특별전형 등 수단을 통해 지역 간 대학진학률의 편차를 축소하고 가오카오 불공정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다.

신가오카오에 가장 주목한 두 가지 변화는 문·이과의 통합과 기존 1회 시험평가는 필수과목(국어·수학·영어), 선택과목(정치·역사·지리·물리·화학·생물), 종합소양 세 분야로 나눠 실시한다는 점이다.

개혁 방안에 따르면 6월은 필수과목 시험만 진행된다. 나머지 과목 중 문·이과 상관없이 학생이 세 과목을 자유 선정해 시험 점수 합산, 총점을 낸다.

시험 기회는 고등학교 2학년 2학기(4월)와 고등학교 3학년 1학기(10월)에 두 번 치른다. 종합소양은 각종 학교 외부 활동과 수상·실천에 의해 평가된다.

이와 함께 수업 형태도 달라졌다. 대학 강의 형태를 도입했다. 같은 반 학생은 필수과목만 한 교실에 앉고 그 외의 수업은 각자 시간표에 따라 수업이 열리는 교실로 흩어져 받는다.

얼핏 보면 너무나 ‘선진적인’ 교육모델이다. 많은 선진국의 교육 시스템을 답습하는 성격이 띠고 있고, 실제로 한국의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교육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시험기회를 두 번 부여하는 등의 조치는 한국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시도라는 평가다.

하지만 상하이와 저장(低張)성에서의 가오카오 시행은 기대하는 만큼 매끈하지 못한 것 같다.

평균 교육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고등학교의 교육은 점차 학과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진학의 전 단계로 학생들의 변별력을 확보하는 기능 외에 대다수 학생이 체계적인 지식기반을 다지고 양호한 학습습관과 사고방식을 양성하는 것을 확보하는 역할도 있다. 이것은 고등교육을 온전히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자 인생에 대해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개혁 방안이 표방하는 목표에 비해 실제로 학생들의 과목선택은 점수를 위한 선택에 치우친다. 고득점을 받기 쉬운 과목에 몰려 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역사, 지리와 같은 인기 과목은 심지어 중학교 교사를 동원하는 사례가 보고된다. 반대로 물리와 같은 어려운 과목은 수강생이 대폭 감소에 교사들은 과학기술 등 과목으로 ‘파견’되는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학교는 교사부족과 수업배치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과목 포기’ 또는 ‘과목 묶음’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혁 방안이 표방하는 ‘선택의 자유’는 또한 유명무실해진다.

선택과목에서 두 번의 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출발점은 한 번밖에 없는 시험으로 인한 긴장감과 부담감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신학가오카오 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더 큰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저장(低張)성의 경우, 선택과목의 성적평가는 상대평가를 취하고 상위 1%의 학생에게만 만점을 부여한다. 나머지 99%의 학생은 다음의 시험 중에 성적이 올라갈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학생은 두 번째 시험을 치르느라 오히려 부담이 더 늘어난다.

종합소양도 진학 평가에 적지 않은 가중치를 갖고 있어 학생들은 역시 각종 교외활동, 특기, 경기, 시합에 주력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을 ‘맞춤형 시험대비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학교의 입장에서는 학생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

대학처럼 고등학생이 개인 시간표에 따라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수업하는 방식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수강 방식의 순조로운 진행은 여러 전제 조건을 요구하는데 중국 고등학교 반 평균 학생수가 54명이 달하는 현황을 감안했을 때 대학 수강 방식의 도입은 수업의 질서와 퀄리티의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또한 고등학생은 대학생과 달리 여전히 집단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교사와 학생, 학생 사이에 신뢰관계의 형성은 양호한 학습 분위기와 집단 귀속감의 형성은 물론, 전인발전에도 유리하다.

위에 언급한 부분을 이외에도 개혁 방안의 실천 과정에서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어떤 개혁이든 시행 초기에 다양한 문제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 가오카오 개혁의 시사점

오랜 기간 가오카오는 점수만능주의와 교육 공정성 문제 사이에서 꼬인 실타래와 같은 과도기를 거쳐 왔다.

이번 교육 개혁의 목적은 역시 이 매듭을 푸는데 집중됐다. 시범 시행하는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현상들은 모든 문제를 대표할 수 없고 실제로 보편화 현상이라고 해석할 수도 없다.

이를 근거로 가오카오 개혁 방안을 평가하기에도 너무 이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만 기대효과와 실제상황이 괴리가 나타났을 때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필요는 있다.

교육 공정성 문제의 근원은 가오카오 제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교사 자원의 부족과 분배 불균형에 비롯된 문제다.

새로운 가오카오 개혁 방안은 중국 교육을 곤경에서 순식간에 벗어나게 할 수는 없다.

가오카오가 더 이상 학생들을 괴롭히고 모두가 피하고 싶은 제도가 아니라, 학습과 지식탐구에 대한 열정을 키우고 개인의 성장을 밀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물론 끊임없는 보완과 해법 모색이 전제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천천(陳晨) 성균중국연구소 책임연구원(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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