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올해 상반기 글로벌 증시는 낮은 변동성 속에서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금융시장이 올해만큼 “점잖고 너그러운 적은 별로 없었다”고 표현했다. 하반기 성적을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나스닥지수는 14% 급등했다. 2009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상승폭이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8%씩 올랐다. 그밖에도 한국, 인도,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의 주가지수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전반적인 경기 개선, 기업 실적 호조, 중앙은행의 부양책 등이 글로벌 증시를 뒷받침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유로존에서는 기업과 소비자 신뢰도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S&P500 기업들의 1분기 순익이 전년비 14% 급증하며 실적 호조가 눈에 띄었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올해와 내년 S&P500 기업들의 순익이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IT 공룡들도 주가가 큰 폭 오르면서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에 투자 관심이 더 커졌고, 이들이 주도한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나스닥은 올해 38차례나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 IT 대장주들의 상승세를 더 놀라웠다. 텐센트는 올해에만 주가가 40% 치솟았고 알리바바는 약 60%나 폭등했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CNBC가 23명의 월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86%가 하반기에도 미국 증시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S&P500의 경우 향후 12개월 수익 전망치를 바탕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까지 올랐다고 WSJ는 집계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의 26배에는 못 미치지만 13년래 최고 수준이다. 닛케이225의 PER은 17배로 지난 5년 평균을 웃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 브라질 정국 위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등 각종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지나치게 안이하게 반응하고 있어 증시가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 상황은 당초 예상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 올초 시장 랠리를 부추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및 인프라 지출 확대와 같은 경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또한 미국이 꾸준히 금리를 인상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국제유가도 OPEC의 감산 이행에 따라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고 달러는 올해 들어 주요 통화대비 달러 지수는 5.6% 떨어졌다고 WSJ는 집계했다. 또한 유가는 과잉공급 우려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고점 대비 20% 떨어진 약세장 구역에 진입했다.
WSJ은 "올해 상반기 고요한 상승세는 하반기 변동성 확대의 징조"라고 지적하면서 투자자들이 관심이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쏠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준은 올해 한 차례 금리 추가 인상을 전망했고 9월 정례회의에서는 자산축소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조심스럽게 양적완화 축소를 신호했다. 일각에서는 ECB의 자산축소를 앞두고 지난 2013년 금융시장을 크게 흔든 '긴축발작(taper tantrum)'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까 우려한다.
JP모간은 파이낸셜타임즈(FT)에 “현재의 거시 환경이 사상 최저 수준의 변동성을 보장할 정도는 아니”라면서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과 더불어 연내 자산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 역시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경우 현재 금융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지지하던 요인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