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골퍼들의 최대 관심사는 골프 클럽이다. 샷이 흔들리고 스코어가 나오지 않으면 실력 대신 애꿎은 장비 탓으로 위안을 삼는다. 나에게 맞는 클럽으로 바꾸면 당장 기량이 쑥쑥 올라갈 것 같은 기대감이 들곤 한다.
클럽만 바꾸면 정답일까. 골퍼들이 쉽게 지나치는 골프 용품이 있다. 필드를 나갈 때 반드시 사야 하는 필수품, 골프공이다. 라운딩 전날 자신의 시그니처 펜마크를 새기며 애지중지한다. 하지만 비싸게 구매를 하고도 허무하게 잃어버려 눈물을 삼킨 경험은 누구나 있다. 초보자들은 언감생심 비싼 골프공을 구매할 생각도 못한다. 로스트볼을 두둑하게 챙겨두면 마음까지 평온하다.
골퍼들의 오해부터 풀어보자. 골프 담당 기자 역시 잘 몰랐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비싼 골프공이 무조건 좋겠지’, ‘프로 골퍼들이 사용하는 골프공이 비거리를 늘리고, 정확도를 향상시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2피스보다는 3피스, 4피스가 낫고, 딤플 개수는 많을수록 성능도 우수할 것’이라는 편견이다.
정답은 나에게 맞는 골프공은 ‘있다’였다. 공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윙 조건이다. 골퍼의 스윙 스피드, 사용클럽, 정확도, 스핀량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공을 사용해야 한다. 또 스윙 스타일에 따라 차이도 커진다. 스펙에 따라 클럽을 고르듯 공도 마찬가지다. 프로들이 사용하는 공이 다 좋은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골프 구력 1년에 평균 타수 95타 정도의 초보 골퍼인 기자는 세 가지 종류의 볼빅 골프공으로 볼 피팅을 받았다. 테스트 공으로는 비비드(VIVID), S3, 비스타iV를 추천했다. 7번 아이언, 드라이버, 56도 웨지의 세 가지 클럽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각 클럽별로 측정 결과 스윙 스피드는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80~95mph) 정도가 나왔고, 탄도와 스핀량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이상적인 수준이었다.
놀랍게도 차이는 극명했다. 비거리와 정확도에서 오차 범위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가장 일관되고 안정적인 탄착군을 형성한 공은 S3였다. S3는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공이다. 우레탄 커버로 부드러운 타구감과 높은 스핀력으로 정확한 그린 컨트롤의 퍼포먼스를 구현한다.
반면 4피스의 강한 타구감을 보인 비스타iV는 최대 비거리가 가장 잘 나왔으나 편차가 컸고,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아 들쭉날쭉했다. 정확한 임팩트가 되지 않으면 페어웨이나 그린 공략이 까다로웠다. 3피스의 무반사 컬러볼인 비비드(VIVID)도 타구감은 비스타iV보다 부드러웠지만, 컨트롤이 일정하지 않아 좌우 편차가 컸다.
기자가 느낀 결론은 이렇다. 스윙 스피드에 따라 압축 강도를 선택해야 한다. 4피스는 공의 중심까지 힘을 전달하지 못했다. 3피스 이하가 적당했다. 아이언과 웨지의 경우 높은 스핀의 공이 잘 맞았다. 다만 낮은 스핀의 공에 비해 비거리 손해를 볼 수 있다. 기자는 정확도를 우선순위로 비거리 욕심이 없다. 공이 높게 뜨는 골퍼라면 저탄도용 딤플(400 이상)을, 낮은 비행을 하는 골퍼는 고탄도용 딤플(200~300초반)을 선택해야 안정된 비행궤도로 비거리 향상 효과를 볼 수 있다.
볼 피팅을 마친 뒤 ‘나에게 맞는 S3’로 18홀 라운딩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자는 평소 3~5개의 공을 잃어버려 로스트볼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나 파우치에 S3 공 4개를 넣어 1번홀 티샷을 날린 뒤 18홀을 모두 돌았을 때 잃어버린 공은 단 1개에 불과했다. 스코어카드에도 ‘라베(라이프 베스트)’ 88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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