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완화로 이어진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방향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화 강세, 국내 소비 위축, 경기 침체 등을 유발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금융불안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지난달 말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각국 중앙은행 총재와 통화정책 담당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재는 "회의에 참석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매우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며 "그에 따른 주요국들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이미 금리 인상과 더불어 보유자산 축소를 예고했으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유로 지역의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양적완화 축소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고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같은 선진국 통화정책의 기조변화는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 경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데다 한국도 미국과 금리 차 역전을 앞두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해 한국 기준금리(1.25%)와 같은 수준이다. 미국이 하반기 추가로 인상하게 되면 양국 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10년 만에 역전된다. 최근엔 영국중앙은행과 일본중앙은행도 긴축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다만,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증가 등 대외건전성 제고, 글로벌 경기회복세 등을 감안할 때 2013년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과 같은 금융불안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었다"고 강조했다.
신흥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시장에서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진행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긴축적인 통화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흥국 입장에서 대비태세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은도 이 같은 인식 하에 주요국의 통화정책 추이, 글로벌 자금이동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총재는 지난달 처음으로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물가안정과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경제 여건에 힘입어 "앞으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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