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핵 외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취임 후 처음으로 연쇄 양자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한·미·일 정상 만찬 회동을 한다.
문 대통령은 4일 북한 ICBM 발사와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독일 방문 및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며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나흘 만인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이 같은 북핵 로드맵 구상이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 됐다.
특히 북한은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세계 어느 곳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성공을 자축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조짐이다.
북핵·미사일 도발로 '몸값'을 높이고 있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게 하려면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드 배치 번복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 이번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지난 2일(현지시간) 타스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는 역내 전략균형을 훼손하고 역내 국가들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기 때문에 배치 결정을 취소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조속한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면서 △러·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 강화 △북·중관계 회복 △대북제재 이탈 △한반도 인근 무력시위 △첨단무기 한반도 인근 배치 등 다양한 외교·안보적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중국 단둥은행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국으로 지목한 조치가 향후 한·중 간 대북공조는 물론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한층 더 강화된다면 북한의 6차 핵실험 혹은 ICBM 발사 가능성도 커지며, 이 경우 중국은 미국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안에 대한 기권 혹은 비토권 행사를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다만 북핵 해법의 주도권을 행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을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함으로써 중국이 요구하고 있는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은 문 대통령의 행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으로서도 대화를 통해 평화적 북핵 해결에 무게가 실리게 되면 한반도 긴장 상태 완화로 사드 철수 명분도 강해지는 만큼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배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편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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