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기자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국립현충원 참배와 최고위원회의 주재로 첫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주 중 당직 인선 마무리, 조속한 시일 내 혁신위원회 구성 등 빠른 개혁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또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을 잇따라 만나 앞으로 정부·여당과의 협치에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추가경정예산안과 부적격한 청문회 대상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피력, 추후 국정 운영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 홍 대표는 서울 동작구 현충원을 참배한 후 방명록에 '즐풍목우(櫛風沐雨·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라고 썼다. 긴 세월을 이리저리 떠돌며 갖은 고생을 다한다는 의미로, 무너진 당 재건을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1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대표에 이어 자유한국당 초대 대표를 역임하게 된 그다.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것도 6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모든 인사는 이번 주 내에 완료할 것"이라며 "혁신위도 조속한 시일 내에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하고, 당 윤리위도 전원 외부인 중심으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를 거치며 보수정당의 입지는 좁아질 대로 좁아진 상황이다. 그는 당 대표로서 강한 개혁으로 등을 돌린 민심을 회복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그는 당 쇄신과 관련해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다"고 비유했다.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날 전병헌 수석은 홍 대표를 만난 후 기자들에게 "포괄적으로 내각 구성과 일자리 추경에 대한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후 홍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부적격자임에도 불구하고 임명할 수 있는 게 현행 제도니까 거기(반대)에 당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면서 "투표라면 우리가 막을 수 있지만, 지금 판단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적절한 사람이 임명돼 펼치는 정책엔 동의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말대로라면 당장의 꽉 막힌 인사청문회 정국은 해소될 수는 있다. 그러나 결국 야당에서 반대하는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될 경우, 해당 부처의 정책 추진을 놓고 한국당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추경에 대해서도 그는 "공무원 증원은 절대 불가하다"면서 "국민 세금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그리스로 가자는 것이다. 나라가 망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의 상견례 자리에서도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홍 대표가 "여야 협조를 잘해 나가자"며 잇따라 단답형으로 답변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다소 당황한 기색이었다. 추 대표가 "협치를 약속한다는 의미에서 팔짱 한 번 끼자"고 제안해 기념사진 촬영이 이어졌고 그렇게 예방이 끝났다. 전 수석 면담 때와 달리 별도의 비공개 회동도 없었다.
한편 홍 대표는 여타 야당인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도부 예방 일정은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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