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미 기자, 문은주 기자, 조용성 베이징 특파원 = 해외 주요 언론들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타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보고 있는 일본 정부는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국제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위반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트위터에 “북한이 방금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사람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 한국과 일본이 더 이상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아마 중국은 북한에 더 무거운 조치를 취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완전히 끝낼 것이다”라고 적으면서 북한 압박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명확히 위반한 것이며, 중국은 이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다시는 하지 않아야 하며, 대화를 개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유관 국가들 역시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긴장국면을 완화시키기 위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주요 언론들은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긴급 속보로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이 이날 오전 9시 40분께 평안북도 방현 일대에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 상으로 발사했다고 긴급 타전한 데 이어 북한의 발사성공 발표를 보도했다. 통신은 이 발사체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홍콩 봉황TV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사흘 만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한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일본 역시 놀라게 했을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는 의심할 바 없이 또 긴장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언론들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북한의 특별 중대 보도를 긴급 타전하면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 했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EEZ 내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북한의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북한에 엄중 항의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뒤 "북한의 위협이 증가한 만큼 이달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은 앞서 지난 4월 평양에서 열린 군사 퍼레이드에서 ICBM 관련 장비를 공개했고 6월 10일자 노동신문 인터넷판에서도 'ICBM 시험 발사가 결코 멀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ICBM 발사 준비를 예고했다"며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 개발 문제와 관련, 북한 기업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10여 곳과 개인에 대한 금융 제재 등 중국을 향한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7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시작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 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 문제 관련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중국 측은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미중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주요 외신들도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발표를 일제히 속보로 타전하며 미국이 처한 새로운 안보 위협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 미국 유력 매체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의 충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미국의 독립기념일 전야에 이날 실험에 나섰을 것으로 풀이했다. WSJ에 따르면 북한은 2006년과 2009년에도 미국 독립기념일 즈음해서 미사일 도발에 나선 적이 있다.
이날 미군 측은 초기 분석 결과 북한이 쏜 미사일이 ICBM보다는 지상 배치 중거리 탄도미사일일 것으로 추정했었다. CNN에 따르면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이 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37분 동안 비행해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북미에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발표는 이 같은 미국의 판단을 뒤엎는 것이다.
앞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이 ICBM급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의 비영리 과학단체인 참여과학자모임(UCS)의 글로벌안보프로그램 이사인 데이비드 라이트는 이날 북한이 쏜 미사일은 최대 사정거리 6700km를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거리 5500km가 넘으면 ICBM급으로 분류된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아래 48개주나 하와이까지는 못 미쳐도 알래스카에는 다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BBC는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진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ICBM이 표적을 적중시킬 능력이 있는지,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까지 개발이 완료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체로 이르면 5년 내 핵탄두 ICBM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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