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대 광명시장 人터뷰①] “경색된 한·중 관계, 도시·철도 외교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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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7-07-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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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대 광명시장은 아주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광명시는 유라시아대륙으로 향하는 철도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차이나 김봉철 기자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경색된 한·중 관계는 도시외교, 철도외교로 풀어야 합니다.”

양기대 광명시장(55)은 아주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차원의 외교에도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 시장은 “과거에는 정부 간의 문제였기 때문에 양국의 상처가 깊지 않았지만, 사드 국내 배치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국민 감정의 문제도 섞여 있다”면서 “회복이 된다고 해도 앙금이 오래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3면>

그는 실제로 도시·철도외교 차원에서 ‘유라시아대륙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유라시아대륙철도는 KTX광명역을 시작으로 북한을 거쳐 중국 고속철도 TCR(중국횡단철도), 러시아 고속철도 TSR(시베리아횡단철도) 등과 연계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양 시장은 “철도를 깔려면 해당 도시와 협의를 해야 되고 이것이 바로 도시외교이자, 철도외교”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KTX광명역에서 출발한 고속열차가 7시간 안에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수 있게 된다.

양 시장은 “광명시가 유라시아대륙으로 향하는 철도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그가 이 계획을 처음 꺼냈을 때만 해도 허황된 얘기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최근 기류는 심상치 않다.

일단 같은 당 소속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데다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른바 ‘북방 뉴딜’이라는 어젠다로 경쟁까지 붙게 됐기 때문이다.

광명역과 서울역, 출발 거점이 다를 뿐이다. 양 시장은 “폐광이었던 광명동굴을 관광지로 개발한다고 했을 때도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면서 “2년여 동안 꾸준히 준비해왔고, 불가능한 일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도 경쟁자라기보다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동지’라고 본다”면서 “혼자 고군분투하다가 같이 해보겠다는 지자체를 만나니 반가웠다”고 말했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서서히 진행되면서 작은 결과물도 나오고 있다. 광명시는 지난해 3월 북한의 신의주에 인접한 중국 단둥(丹東)시와 교류협력을 맺었다.

이어 같은 해 6월과 9월에는 북한 나진에 인접한 중국 훈춘(琿春)시, 러시아 하산과 각각 경제우호교류 의향서를 체결했다.

단둥과 훈춘은 TCR과 연결되며 하산은 TSR를 잇는 교통의 요충지로 꼽힌다.

양 시장은 자신의 최대 ‘히트상품’인 광명동굴을 출발해 강원도 속초를 거쳐 러시아 하산과 중국 훈춘, 북한 나진, 그리고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광명-백두 국제평화관광코스’의 개발도 함께 추진 중이다.

그는 “올 하반기에 그동안 추진해 온 속초~러시아 하산 자루비노항 간 카페리가 예정대로 재취항하고 그 노선을 광명동굴까지 연장하겠다”면서 “인접한 수도권 관광과 함께 러시아, 중국 관광객이 원하는 의료관광도 이뤄질 수 있어 매력적인 관광코스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시장은 “러시아 하산, 중국 훈춘, 북한 나진은 향후 국제관광도시로서 동북아 ‘골든트라이앵글’로 주목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러시아의 이르쿠츠크나 몽골의 울란바토르 등 대륙횡단 철도가 지나는 주요 도시들과의 협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광명시는 7월 중에 광명역을 출발해 서울역을 건너뛰고 경기 파주와 문산, 개성으로 가는 철도 연구용역을 시작한다.

양 시장은 “승객은 물론 철도 수송까지 함께 하려고 한다”면서 “엄청난 물류 루트가 새로 만들어지고,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있는데 각 도시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실적인 예산 문제부터 더 넓게는 남북 관계 개선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는 “기초자치단체인 광명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남북 교류와 관계 개선 차원에서 서포트를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대륙철도를 통해 동북아 평화번영 주춧돌을 놨다는 데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허가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간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국정과제 중에 남북 대륙철도가 실천과제로 선정된 만큼 물꼬만 잘 트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과 중국은 2014년 이미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평양~해주~개성을 잇는 고속철도 계획에 합의한 바 있다. 통일 전이라도 북한이 철길만 연다면 실현 가능한 계획이라는 게 양 시장의 생각이다.

그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이 바로 유라시아대륙철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양 시장은 “중국 역시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려 일대일로 사업에 투입되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면서 “유라시아대륙철도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빠르면 5년 내에 실현가능한 일이다. KTX광명역이 한반도를 넘어 유라시아대륙을 관통하는 교통·물류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KTX광명역을 통해 통일과 동북아 경제영토 확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천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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