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대책이 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사드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심재권 의원)가 6일 사드와 북한의 ICBM 발사 관련 비공개회의에서 내린 결론이다.
집권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북핵·미사일 위협을 관통하는 사드 및 미·중 갈등 등의 파고가 몰아쳐서다. 북한의 ICBM 발사로 5일(현지시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초강경 대북 옵션’을 주장하는 미국과 ‘대화’를 주장하는 중·러 간 갈등의 표면화됐다.
문제는 북한의 ICBM 발사의 함의다. 이는 사실상 전략적 균형을 깨는 ‘게임 체인저’(흐름이나 판세를 뒤바꿀 만한 결정적 변수)다. 자국 우선주의 외교를 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초강력 대북 옵션’과 사드 추가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등 ‘미·중 패권주의’ 경쟁은 이미 한반도 정세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었다.
정부 노선은 투 트랙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의 병행 입장을 밝혔다. 대북 독자 제재를 천명한 미국과 엇박자를 낼지, ‘한·미·일 대 중·러’ 구도를 보일지 안갯속이다. 보수야당이 연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수정을 고리로 대여 압박에 나서면서 여당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투 트랙에 대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民, ‘사드 무용론’ 주장할 듯…보수 “제재수단 총동원”
민주당 사드특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북한의 ICBM 발사 대응책 논의에 돌입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심재권 위원장과 간사 김영호 의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드특위는 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사드의 대안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양자를 별개로 본 것이다.
김 의원은 비공개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ICBM은 미국 영토를 향해서 쏘는 미사일”이라며 “워낙 고각이기 때문에 사드로는 미국 대기권에 진입하는 북한의 ICBM 미사일을 막아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그간 주장해온 사드의 환경영향평가 및 국회 비준 동의를 명분 삼아 ‘사드 무용론’을 앞세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드특위는 청와대와 국방부 등에 관련 의견을 아직 전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하라”며 “대북환상에 매달리지 말고 사드의 조속한 배치, 미국의 항공모함 등 전략적 자산의 상시배치 추진 등 대북 압박과 제재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文대통령 ‘투트랙’…中 역할 없으면 무용지물
민주당의 고민 지점이다. 미국은 북한에는 군사, 중국에는 경제 등 ‘쌍끌이 제재’ 국면에 돌입했다. 대중국 압박 강도를 높이는 미국과 사드 철회를 압박하는 중국 사이에서 ‘ICBM과 사드 별개론’을 들고나온 민주당의 대북 정책은 동북아 정세의 유동성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드의 추가 배치에 대한 국내외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협상력을 보이지 않을 경우 미·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화·제재 병행론’을 비롯해 ‘핵 동결 입구론’과 ‘주도적 역할론’ 등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어느 하나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의 투 트랙 노선은 미·중 등 간 최소 공약수 찾기가 수월하지만, 사드 철회를 요구하는 중국이 소극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어 효과는 담보할 수 없다. 북한은 대화·압박 병행론을 ‘기만전술’로 간주한다.
핵 동결 입구론은 대화 입구(핵 동결)와 대화 출구(핵 폐기)의 2단계 전략이다. 일종의 ‘선(先) 동결-후(後) 폐기’다. 하지만 북한의 적극적 변화 없이는 핵 동결과 핵 폐기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진보진영이 선호하는 주도적 역할론은 ‘자주국방·주권론’과 맞닿아있지만, 미·중·일·러의 한반도 기조와 배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보수정권에서는 한·미 관계나 안보 정책만 있었지, 대북정책이 없었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의 일종의 옵션으로 봐야 한다”며 “대북정책은 180도 바꿀 수 없는 만큼, 대화를 병행하더라도 ‘결코 장미꽃이 아닌 가시가 있다’는 것을 국내외에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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