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별무리학교 김준하]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목요일 농사 수업을 듣는 학생들 단체사진.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별무리학교에 재학 중인, 몸 움직이는 일을 좋아하고 자연을 많이 아끼는 19살 김준하라고 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을 좋아해서 자연에서 놀고, 자연과 친밀하게 지내왔어요. 덕분에 환경 문제나 자연환경에 대해 남들보다 경각심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학교에서 선생님 한 분과, 33명의 친구들과 함께 유기농사를 하고 있어요. 또 손재주가 좋은 편이라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건축에도 관심이 많아서 농부 말고도 건축가를 꿈꾸고 있고요.
Q. 지금 하고 계시는 농사 작물과 동물 종류는 어떻게 되나요?
[이미지 제공=별무리학교 김준하]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농사를 처음 시작한 밭의 모습. 지금은 방울 토마토를 기르고 있다.
Q. 농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 꿈은 건축가였어요. 건축가만을 놓고 진로를 정하려다 보니 건축가는 어려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년 동안 대학에 다니고, 대학 진학 이후에도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했죠. 제가 원하는 건 배우면서 바로 실전에 돌입하는 일인데, 대학에서 배우는 건 컴퓨터로 설계하고 ‘앉아서’ 하는 작업 위주였어요.
또 대학에 가려면 수능 공부를 해야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공부는 하지 못하고 제 이후의 삶과 상관없어 보이는 수능 공부만 하기엔 마냥 답답하게 느껴지고. 그러던 중에 방학을 맞이했어요. 방학에 ‘협동조합’에 대해 배우는 캠프를 한다는 것을 들었고, 담당 선생님께서는 평소 목공과 건축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 같이 캠프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14박 15일 일정인 캠프에 마지막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죠.
이 협동조합 캠프 기간 동안, 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아닌, 다른 방법의 길을 걷고 계신 분들을 만났어요. 또 그분들이 일하고 계시고, 몸담고 계신 현장을 방문했어요. 유기농사를 하며 협력하는 농촌 공동체인 홍동마을, 생태건축을 하는 건축가, 협동조합을 통해 협동하며 농사짓고 있는 농부들, 기독교 강사이면서 진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박총 목사님 등을 방문했죠.
이 방문을 통해 저는 무엇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만나뵈었던 분들의 삶을 보고, 들으면서 대학이라는 길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이후에 뉴스나 기사, 책들을 통해 지금의 청년세대들의 모습을 떠올려봤어요. 대학을 진학하더라도 취업이 힘들고, 취업 후엔 결혼이 힘들고… 행복하기 위해 뼈 빠지게 돈을 벌지만 실상은 행복하지 않은, 한숨만 내쉬며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깨닫고 나니 ‘나는 다른 길을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그렇게 선생님과 학생들과 함께 시작했어요. '협동의 정신으로 농사를 지어보자!’고요.
Q. 그렇다면,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캠프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캠프 때 배운 ‘협동의 정신’으로 학생 협동조합을 해보자고 하셨어요. ‘농사를 통한 협동조합을 만들자’고 하셨죠. ‘처음부터 제대로 해보자, 돈을 벌자'가 아니라, 천천히 경험을 쌓으면서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선생님께서 300평이 되는 땅을 임대하셨고,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캠프를 같이 하던 친구들은 사정상 못하게 되어 다 빠졌고, 저는 혼자 남게 되었어요.
하지만 저는 ‘농사를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조사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었어요. 농사를 어떻게 하면 잘 지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보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들, 어떤 자세와 가치관을 가지고 농사를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들, 또 인문학적이고 사회적인 책을 주로 읽었어요. 정확하고, 굳게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이 땅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과 전 세계적으로 농사를 하는 방식이 큰 문제가 있고, 이 농사법을 통해 생산된 먹거리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달으면서에요.
이에 대해서는 뒤에 질문을 통해 더 자세히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Q. 농사를 진로로 잡기까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나요?
[이미지 제공=별무리학교 김준하]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모내기 이후에 물장화를 신고 쉬고 있는 김준하 학생 모습.
일단, 쉽지 않았어요. 도와주는 친구들도 한두 명 있었고, 선생님도 도와주셨지만 다 ‘도움’이었지, 함께 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학교 분위기도 농사를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평범한 길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서 걱정과 우려를 많이 하셨어요. 저는 이러한 주변 시선이 힘들었어요. 응원보다는 ‘너무 이상적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어떤 분은 유럽여행을 하면서 기차를 타고 가는데 기차가 지나가는 길 옆에 밭이 있었는데, 그렇게 크게 농사하는 사람들과 비교해봤을 때 제가 하는 소규모 농사는 경쟁력이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하고자 하는 농사는 경쟁력을 가지고 돈을 축적하려는 농사가 아니라 돈을 최우선으로 추구하지 않고, 돈의 종속, 자본의 종속으로부터 풀어지는 농사를 원하는 것인데 말이죠.
Q. 그렇다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가 지금 실천하고 있는 가치관들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았을 때 마음이 많이 흔들렸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크게 마음을 굳히게 된 계기가 있는데, 바로 2016년 10월 홍동 마을 안에 있는 ‘풀무 전공부’로 견학을 갔던 때에요. 저의 삶이 지금의 청소년, 학생들에게 익숙지 않은 삶이다 보니, 제 길의 가치로움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었어요. 그 와중에 견학을 가게 된 ‘농촌공동체’, 홍동마을에서 지내며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어요. 세상에는 가치로운 삶이 존재하고, 그 삶을 직접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좋았어요.
또 유기농사로 많은 농민들이 살아가는 것도 놀라웠어요. 확실히 수확량은 적지만 자연을 살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자연과 공생하면서 사는 삶을 본 거죠. 이상적이라고만 생각했던 삶을 마을 형태로 살아내고 곳이 있다는 기쁨과, ‘함께’ 땀 흘리고, ‘함께’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삶도 실천 가능한 삶이었구나!’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마을 사람 중에서 반농반X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크고 작은 농사를 하면서 자신의 먹을거리 중 일부를 자급하면서 나머지 시간엔 다른 일을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오전엔 밭 논일을 하고 오후에는 도서관 일을 한다던지, 건축 일을 한다던지. 자신이 하는 일 외에 큰 농사를 짓는 이웃이 있으면 도우러 가고, 또 다른 시간엔 자신의 일을 하는 분을 봤어요.
제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 직접 실현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나니, 농사를 하면서 농업공동체를 바라는 마음을 결단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후에도 학교에서 농사할 때 ‘나의 방식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기에, 믿고 농사일을 계속할 수 있던 것 같아요.
Q. 농사를 시작하면서 얻은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본다면?
제가 앞으로 얘기할 주제는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도 연관성을 띠어요. 우리는 교과서나 책을 통해서 우리의 먹거리 대부분이 땅에서 온다는 것을 배우지만, 본인 스스로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직접 경험해본 것과 지식으로 아는 건 많이 다르기 때문이죠.
식탁에 오르는 농작물 대부분은 1차 소비자에 의해 수확되고 유통과정을 거친 후, 마트에 진열된 것을 구매하게 돼요. 구매 후, 조리를 통해 식탁에 오르게 되는거죠. 이는 우리가 땅에서부터 온 과정을 잘 모르는 상태로, 연관이 없는 상태로 먹거리를 식탁에서 맞이하게 되는 거에요. 하지만 먹거리가 땅에서 온다는 것을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이러한 먹거리를 땅에서 얻어내는 행위가 농사고, 그 행위가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임을요.
사람은 매일 먹는 세 끼의 밥을 통해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인간은 살기 위해 먹고 있는 거죠. 구석기와 신석기의 분류 기준은 농경 사회인데, 구석기에는 사냥하면서 살고 죽어라 열매를 따고, 죽어라 사냥을 했어요. ‘남자들은 사냥하러 다니고 여자들은 산딸기를 따며 먹고산다’ 하면 되게 재밌고, 쉬워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날 먹을거리를 사냥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는 게 구석기 시대였어요. 그러나 신석기 시대가 오면서 사람들은 이동생활을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땅에 심고 땅에서 난 것을 재배하게 된 것이죠.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은 농사를 하고 있었고 자신이 먹는 양을 직접 기르고 수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사회는 완전히 달라요.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힘든 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소수가 다수를 먹이고 있는 시스템이 되어버린 거예요. 1%의 농부가 99%의 국민을 먹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사회가 된 거죠.우리는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을 통해 몸을 이뤄가고 있어요.
매일 먹은 세 끼로 몸을 키우고, 유지시키죠. 이런 면에서 사람은 살기 위해 먹고 있는 거예요. 사람은 살기 위해 먹고 있는데, 정작 자신을 살리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점은 정말 큰 ‘모순’이라고 느꼈어요.
물론, 기술 발전도 필요하고, 다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필요해요. 모두가 농사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다 각자 적성과 관심분야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현저하게 소수만이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는 상태에요.
Q. 우리나라 및 전세계 농사법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위에서 말한 ‘소수가 다수를 먹여살리는’ 점에 있어 문제가 커요. <백억의 식탁>이라는 다큐를 보면 농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말을 해요. 지금 소수가 다수를 먹여살리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소수가 어마 무시한 양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말해요.
[이미지 제공=별무리고등학교 김준하]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준하 학생이 GMO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Q. 농업 문제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대규모 종자 회사들은 소수가 다수를 먹여살리는 농사가 전 세계를 먹여살릴 수 있다고 말해요. 당장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먹여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죠.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농약을 뿌리는 일은 땅을 죽이는 일이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에요. 땅이 망가지면 지속 가능성은 사라지고, 사람의 건강도 죽게 하는 일이 되어버려요.
생산량을 최대한대로 늘리겠다고 한정된 땅에서 매년 몇 십 톤의 화학비료와 농약을 부어대며 작물을 기르는 방식은 초반에는 막대한 생산량을 자랑하겠지만, 결국 땅이 병들고 망가져서 나중에는 생산량까지 낮아지게 되죠. 인간에게도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질병들이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GMO뿐만 아니라 농약을 사용한 식사를 ‘겨우 한 끼’라고 생각하고 먹지만 이렇게 먹는 한 끼가 하루를 이루고, 주를 이루고, 달을 이루면 사람의 몸에는 결국 독극물이 축적되는 거예요. 농약이 묻은 음식들이 저희 몸을 이루게 되는 거죠.
이러한 문제들에 있어서 경각심을 가지고 소수가 다수를 먹이는 것(대농)이 아니라 다수가 농사를 하며 먹거리를 생산하는(소농) 농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급자족하는 삶, 텃밭을 직접 일궈서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행동을 말이죠. 저는 ‘지속 가능’하면서 인간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제가 ‘농부가 꼭 되어야겠다’ 고 마음먹었어요.
Q. 자연과 농사가 사람에게 주는 가르침은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자연은 ‘큰 교육의 현장’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감자밭이 있다 하면, 감자만 만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 흙을 만지고 흙 속에 있는 벌레들을 보고, 만지고. 흙의 냄새, 미생물의 냄새를 맡게 돼요. 그러면서 하늘도 보고, 햇볕도 쬐고, 자연을 보는 것은 큰 배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잡초도 뽑고, 물도 주고, 관리해서 농작물을 길러내고, 직접 수확하고, 자신의 식탁에 올리게 되기까지를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이런 활동을 직접 경험하는 학생은 얼마 없잖아요. 그렇기에 정말 중요한 경험이죠. 이 모든 것이 음식의 귀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니까요.
농사일은 고되요. 그런데 수확을 할 때면 사람이 한 일은 정말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작물이 이만큼 잘 자라주었다는 게 놀랍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밭 갈아서 퇴비 넣어주고 두둑을 만들고 심어주고 물 주고, 김매고, 보살피기만 했는데 생각 외로 많은 수확량을 주니 놀라울 수 밖에 없죠. 우리의 식량으로 자라준 게 감사하고, 먹거리에 대해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요 정말, 직접 해본 사람은 알아요.
또 가르침뿐만 아니라 농사가 우리에게 주는 것도 있어요. 농사를 통해 자연과 함께 하면서 몸과 마음, 내면적 치유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의 DNA에 생태감수성이 심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저희 부모님 세대 분들께 “꿈이 무엇이냐?”라고 여쭤보면 귀농하여 농사를 짓거나 주택 마당에서 정원을 가꾸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면에서 보면 사람은 결국 자연을 찾아온다고 봐요. 자연이 인간에게 안식을 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들이 농사가 하찮다고 생각하고, 자연에 관심이 없는 것 처럼 행동할지라도 나중이 되어서 그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찾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Q. 농작물 말고, 동물들을 기르신다고 하셨는데 왜 동물을 기르게 되셨나요? 동물을 기르면서 느끼신 생각이나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이미지 제공=별무리고등학교 김준하]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키우고 있는 보어종 염소가 풀을 먹고 있는 모습.
저는 생명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동물을 기르면서 동물을 만지고, 냄새를 맡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동물을 알아가는 것. 즉 오감으로 동물을 느껴서 아는 것과 책을 통해 머리로만 아는 것은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요. 요즘 현대인들과 도시인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을 많이 못 만나면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기껏해야 고양이, 강아지와 같은 애완동물들이죠.
우리는 우리가 먹는 소, 닭, 양 등의 동물을 고기와 우유를 식탁 위에서만 만나지,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요. 이 동물들을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명으로 만남으로써 동물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건데 말이죠. 흔히 즐겨 먹는 닭을 그냥 ‘보고 먹는 것'과 ‘기르는 것'은 다른 거죠. 그냥 보는 것은 생명 그 자체를 많이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생명체로 보면서 닭이 아파하는 모습도 보고, 자라나는 것을 보는 일은 정말 귀하다고 생각해요. 동물의 생명을 느끼며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요.
또 동물은 계속 움직이는데 비해, 식물은 상대적으로 가만히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동물이 살아있는 느낌을 강하게,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게 해줘요. 그래서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매우 교육적이죠.
Q.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농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미지 제공=별무리고등학교 김준하] 저작권자로부터 이미지 사용 허락을 받음, 배추 모종을 심고 있는 김준하 학생의 작년 모습.
흙을 만지고, 감자와 같은 농작물을 만지면서 길러본 사람의 자연친화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환경문제나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인위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정말 많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연과 사람의 삶은 엄청나게 밀접한 관계 속에 있고, 자연에서 온 것을 기반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데, 이를 ‘자원’으로만 생각하고 아껴 쓰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지켜낼 줄 알고 살아가는 것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자연을 느껴보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무리 환경문제를 말해봤자 ‘경각심’은 가질 수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밭과 산, 호수, 강을 체험하며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본 기억이 있는 사람보다는 덜 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농사를 통해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하고, 농사는 사람에게 치유와 행복감,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또, 농사가 작물을 기르는 것에만 한정되어있지 않다는 것. ‘농사’는 ‘자연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이에요.
Q. 농부가 아닌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는데, 농사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좋은 대책으로는 반농반X가 있어요. 반농반X란, 자신의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 오전에는 농사를 하고, 오후에는 건축, 도서관, 선생님을 하는 식의 삶을 사는 거예요. 물론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이렇게 한다면 농사를 지을 땅이 부족하게 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전해보고 그런 삶을 살았으면 해요. 또 큰 땅에서 하라는 것 만이 아니고요. 1,2평의 작은 텃밭도 좋아요.
자신의 먹거리를 어느 정도 생산하며, 자연도 지키고, 생명들을 느끼면서 즐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사는 것. 그런 게 여유로운 삶 아닐까요?
Q.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시는 삶의 방향은?
저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들을 실현해낼 수 있는 삶을 꿈꿔요. 가난하지만 사람들과 서로 도우면서 일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으면서 소박하지만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원하거든요. 풍요롭지 않고 부족하지만 자본의 사이클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사회 속에서 광고 등을 통해 돈을 계속 소비하게 만드는 구조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소비 중심적인 문화를 끊어낸다면 돈을 굳이 넘치게 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완벽한 자급자족은 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양을 생산해내면서 먹거리를 지키고 건강을 지키고 싶어요.
인간의 욕심이 당장의 이익을 불러올 수는 있겠지만, 조상들이 예부터 해온 지혜로운 조용히, 천천히, 자연과 공생해오면서 농사를 지은 방식이 옳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오래된 방식이 옳았던 거죠.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이 서로 경쟁을 하게 만들고 있어요. 초등학생부터 취업을 하기까지, 사람의 인생을 보면 계속되는 경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 내야만 하는 거예요. 이런 사회의 아픔을 보면서 ‘우리가 싸우지 않고 서로 밀어내며 미워하지 않고, 다 같이 살 수는 없을까’ 생각했을 때 ‘협동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흔히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더디고, 넘어지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같이 손잡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대안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글=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이승은 기자(아주경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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