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아날로그를 위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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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
입력 201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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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


지직 지직 지지직 장마철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같이, 오래된 카페의 레코드판에서는 사의찬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옛것을 대할 때의 마음이 어느 시대이고 같은 것일까. 아니면 급변하는 이 시대의 감성이 그것을 옛것이라고 밀어내고 있어서일까. 하여튼 그것에는 아련한 그리움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수가 스며 있다. 더하여 인간적인 것, 잃고 싶지 않은 어떤 감성이 그 안에 배어 있는 것 같다.

우리 시대 삶에 대한 해석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명쾌해 보인다. 인간적인 정이나 의리에 얽매이기보다는, 삶의 이로움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시대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든 노동과 가치를 자본으로 환산할 수 있는 위대한 자본의 시대이고, 생각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즉석에서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문명의 시대이다.

책을 사러 가기 위해 책방을 가는 수고로움 없이도, 간단한 조작으로 전자책을 내려받아 볼 수 있다. 멀리 있거나, 오랫동안 만난 적이 없는 친구도 페이스북을 통해 쉽게 연결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만남이 이뤄진다. 소비자의 구매 프로세스는 간편하게 진화해 원클릭으로 주문이 되고, 고객의 니드가 자동으로 파악된다.

생산 시스템은 로봇으로 대체되어 반품이 필요 없는 정확하고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졌다. 다가오는 자율주행 시대에는 자동차에 주행을 맡기고 다른 용무를 봐도 된다.

바야흐로 시대는 인간 삶의 편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다만 무언가, 알파고 같은 똑똑한 기계가 대체해줄 수 없는, 인간적인 감성이 결여된 시대일 수 있음을 느낀다.

그 시대마다 나름의 감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디지털 문명으로의 변화는 수천년, 수백년 역사 속에서 감성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변화임에 분명하다.

도서관 서고의 헌책에서 풍겨 나오던 오래된 종이 냄새, 접힌 책장과 누군가의 손때, 책갈피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소인 찍힌 엽서,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기 위해 긴 길을 걸어 우체국에 가던 시절의 향수는 이젠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문명의 패턴이 변화함으로 인해 인간 삶의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즉석으로 반응하는 문화에서는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긴 시간의 미학을 기대할 수 없다. 기다림 속에서 나를 부정하고 상대방을 경외하는 인간성의 미학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디지털 문명의 리더가 된다는 것의 함정은 발전주의에 있을지도 모른다. 발전하고 또 발전하여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디지털 문명의 리더십은 어쩌면 반대로, 인간성의 본질을 고찰하고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감성을 시대적 비전으로 이끌어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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