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가 그토록 찾았던 ‘불로초’가 지금은 우리와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다. 세월이 흘러 ‘스마트 헬스기기’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런저런 기술의 도움으로 진시황제 수명보다 두 배는 오래살 수 있는 100세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 확산 이후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센서, 그리고 웨어러블 기기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면서 정보통신기술과 의료 산업을 융합한 스마트헬스 산업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헬스 산업 발전 속도가 가파르다. 스마트헬스 기기 시장 규모가 고령화 가속화와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힘입어 지난 3년간 4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 중상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6억 위안(약 1000억원)이던 시장 규모는 2016년에는 26억 위안(약 4300억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약 130% 성장해 60억 위안(약 1조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샤오미(小米)와 라이프센스(樂心)의 스마트혈압계, 화웨이(華為)와 몹보이(羽扇智)의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가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워치 업계의 샤오미’로 불리는 몹보이는 2015년 구글로부터 7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올들어 지난 4월에는 폭스바겐이 몹보이에 1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몹보이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스마트 자동차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폭스바겐은 몹보이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합작법인을 설립, 각각 50%의 지분을 갖기로 했다.
스마트 체중계를 개발한 윈마이(雲麥)는 500g 내외의 측정 정확도와 전용앱 SNS 연동 기능을 통해 인기를 얻어 현재 한국에도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Oranger(橙意家人), Mcloud(心雲) 사가 개발한 휴대용 폐 기능 측정기 등 스마트헬스 기기에 의료 플랫폼을 접목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스마트헬스 기기의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의료 플랫폼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헬스 산업에 대한 법률과 기준도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관련 규정이 미흡한 탓에 기술 수준이 낮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일본 등 스마트헬스 분야 선진국이 안정성 인증 절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주목을 끄는 몇몇 제품 개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의료기기 개발 기술력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전문적인 의료기기 개발과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급 의료기기의 경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기업들은 의료기기 개발 기술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의료기기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에 심혈을 쏟고 있다. 중국 거대 국유기업 화룬(華潤)그룹은 호주의 암환자 케어 서비스 기업인 제너시스케어(GenesisCare)사의 지분 56%를 인수하는 등 관련 분야의 해외 M&A에 힘을 쏟고 있다.
스마트헬스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노령화 가속화와 스마트폰 보급률 증가가 있다. 2016년 말 현재 중국의 60세 이상 노령인구는 2억2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6.6%를 차지한다. 중국산업발전연구망에 따르면 노령인구가 2020년에는 2억4800만명, 2050년에는 4억8000만명에 달하게 된다. 중국 인구 3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는 얘기다. 전세계 노령인구 20억2000만명 가운데 중국 노인이 4분의1을 차지하게 된다. 노인 전용 의료서비스 산업, 노인용품 제조업 등 실버산업은 2020년과 2030년 각각 8조 위안(약 1300억원)과 22조 위안(약 37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CNN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6억90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GMEI(국가별 모바일 이용 지수)에 따르면 지난 2월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순위에서 중국은 28위를 차지했다.
중국의 스마트헬스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제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을 의미하는 ‘13.5규획’에서 ‘건강중국(健康中國)’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국민 의료건강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3.5규획’과 ‘중국제조 2025’에서 모두 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명시한 만큼, 중국 의료 산업이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무원이 2015년 발표한 ‘중국제조 2025’는 과거 중국의 경제성장이 ‘양적인 면’에서 ‘제조 강대국’이었다면, 앞으로는 ‘질적인 면’에서 ‘제조 강대국’이 되기 위해 혁신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기존 제조업과 인터넷의 융합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가 주된 목표다. 향후 30년간 10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산업고도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가 스마트헬스 관련 전문 법률을 마련하면 스마트헬스 산업은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스마트헬스 산업은 단순 모니터링에서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미디어리서치(iiMedia Research)가 스마트헬스 기기에 대한 수요를 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건강관리’를 원하는 소비자가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의료 정보가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수집 분석됨에 따라 이를 통한 새로운 의료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정부는 개인 스마트 기기와 의료기관이 연결된 스마트 의료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 헬스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이용자(환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환자 정보와 질병 상태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유헬스(u-Health), 이헬스(e-Health), 모바일 헬스(m-Health) 등 다양한 용어로도 불린다.
스마트헬스 기기는 무엇보다 기존 제품에 비해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신속성‧정확성보다 더 중요한 스마트헬스 기기의 진정한 장점은 전문가들이 다뤘던 제품들을 일반인들도 쓰기 쉽고 편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기업이 개발한 스마트헬스 제품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샤오미가 개발한 스마트워치는 기존 강자인 애플워치, 핏빗(Fitbit)을 제치고 2017년도 1분기에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핏빗은 2015년 설립된 웨어러블 전문 스타트업으로 업계 최초로 뉴욕 증시에 입성한 상징적인 기업이다.
중국에서는 또 IT와 의료바이오 기술을 연계한 스마트헬스 신규 서비스도 계속 개발되고 있다. 텐센트와 상하이의약이 협력한 전자 처방전 서비스가 최근 본격 론칭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 스마트헬스 분야는 중국 정부의 관련 시장 육성 정책과 맞물려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헬스 케어 관련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앱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건강관리 디바이스들이 과거 만보기나 혈압측정기 등의 기기들과 다른 점은 스마트폰과 연동되고 소셜 네트워크적 요소를 가미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사용자경험(UX‧User Experience)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헬스 앱 및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용하면 심장박동 수와 몸무게, 혈압, 혈당 등 사용자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통합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중국의 스마트헬스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건강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헬스 케어부터 성장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치료 목적의 의료 산업으로까지 그 서비스 범위를 넓혀 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스마트헬스 산업 분야의 성장은 한국 기업에게도 기회다. 중국 의료 산업은 외국인투자기업이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진입하는 데 장벽이 높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축적한 스마트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의료-IT 기업 등과 제휴해 중국 스마트의료 시장에 대한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중국 스마트헬스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선진 기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이 기술력의 한계를 겪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지 기업과의 M&A 등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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