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기자 = 국회에서 통상적 의미의 '협치'는 실종됐다. 그러나 한결같이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야3당의 공조는 한층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야3당은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심사 등 막힌 정국을 푸는 열쇠는 결국 청와대와 여당의 몫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각 인사 지명철회 등 한 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얘기다. 코앞으로 다가 온 송영무(국방부), 조대엽(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여부가 정국 전환의 마지노선이다.
10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김동철·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여야 4당 원내대표들과 정례회동을 통해 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30분도 채 되지 않아 회동은 끝이 났다. 여야 입장차만 재확인한 셈이다. 보수야당 두 곳은 송 후보자와 조 후보자 두 명에 대한 지명 철회 혹은 자진 사퇴를, 국민의당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머리자르기' 등의 발언에 대한 사과와 대표직 사퇴를 국회 복귀의 조건으로 각각 내세우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만약 내일 저희가 (사퇴를) 지목한 두 분이 임명되면 이번 7월 국회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여당 원내대표가 의장과 협의해 이 정국을 풀어나가는 역할을 분명히 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문 대통령에 대한 설득에 나서달라는 촉구로 풀이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회동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장관(후보자) 두 명에 대해 지명을 철회하든지 자진 사퇴를 하고, 문준용 취업 특혜 제보 조작 건은 특검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두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이야기를 해 봐야 해결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그 배경에는 지지율에 기반한 '국민여론'이 있었다. 그 지지율이 지금도 공고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설 지는 미지수다. 이날은 요주의 인물이 된 두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시한인만큼, 임명이 가능해지는 11일까지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꼬인 정국을 풀겠다면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 두 명에 대한 야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산업체나 로펌에서 수천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송 후보자의 경우, 오히려 방산비리 적폐 청산을 주장해 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임명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제보 조작 건에 대해서도 그는 "추 대표가 스스로 사퇴하면서 국민의당을 비롯한 야당의 '퇴로'를 열어주면서 정국을 풀 수 있을 것"이라며 "추 대표가 계속해서 협치 실종의 주범이 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유리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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