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다른 것은 몰라도 야당이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 개편을 인사 문제나 다른 정치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추경과 정부조직 개편만큼은 야당이 대승적으로 국가를 위해 협조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동안 외교무대에서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많은 시간이 흘러간 느낌인데 막상 귀국해보니 국회 상황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한결같이 세계 경기가 회복세라고 진단했지만, 국제 정치적으로는 보호주의를 비롯한 여러 불확실성이 있기에 각국이 경기 상승세를 살려 나가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재정의 역할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국제기구가 강조했는데, 우리의 추경은 그 방향에 정확하게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최근 한미정상회담과 G20 정상회의 참석을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모든 나라로부터 지지받았고, 북핵 문제가 G20의 의제가 아님에도 우리의 의제로 국제적인 공감대를 조성한 것이 성과"라고 설명했다.
또 "한·미·일 첫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공동 방안을 협의한 것도 성과"라며 "독일 베를린 방문에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힌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당장은 멀어 보이지만 우리가 남북관계를 위해 노력해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선택할 길도 그 길밖에 없다고 본다. 북한의 호응을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대통령은 "그런 성과에도 아직도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리지 않았다는 사실과 당장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 방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번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인 자유 무역주의와 기후변화 문제에서도 G20은 합의하지 못했다"며 "각 나라가 국익을 앞세우는 외교를 하는데, 이제 우리도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국익을 관철해 나갈 수 있도록 외교를 다변화하고 외교 역량을 키워 나가야겠다고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공식 요청에 따라 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에 대한 임명을 며칠 미루고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처리를 둘러싼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우 원내대표가 하루라도 빨리 내각 인선을 완료해 국정에 충실하자는 청와대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국회에서의 추경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할 수 있게 대통령께 며칠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문 대통령은 당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시한이 10일로 끝나면서 문 대통령이 송·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하지만 임명 강행을 미루고 야당과의 대화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면서 ‘협치’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대화 채널을 계속 열어두고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임명 결정을 강행할 수 있는 명분을 쌓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조만간 미국·독일 성과도 여야 지도부에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야 하는데, 임명 강행으로 정국 경색이 더욱 심화되면 이 역시 성사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독일 순방 성과 보고차 이뤄지는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 이후 송·조 후보자 임명이 강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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