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일 기자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관세청은 벌집을 쑤셔놓은 분위기다.
관련자 징계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현 천홍욱 관세청장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설로 번질 기세여서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11일 감사 결과 발표 직후, 관세청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중 쟁점이 되는 특혜 관련 부분은 다시 검토한 뒤 재심의를 요구할 수도 있다”며 “이번 발표로 면세점 운영이 취소되는 곳은 없지만 2015년 관세법에 따라 특허를 취득한 곳은 수사 후 공모, 내정 등의 문제가 발견될 경우 직권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 청장이 최순실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감사 결과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징계를 요구한 관련자 3명은 일단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한 달 내 회부, 징계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감사원은 지난 2015년 신규·후속 면세점 사업자 선정, 지난해 신규특허 발급의 적정성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2015년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과정에서 관세청이 계량항목 점수를 잘못 부과해 사업자가 뒤바뀌었다. 같은 해 진행된 후속 서울 시내면서점 특허 심사 때도 같은 실수가 반복돼 사업자가 바뀌었다.
다만 청와대와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가 판단, 결정한 사항이어서 외청에 불과한 관세청이 선정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징계 대상인 일부 직원의 잘못을 마녀사냥하듯 확대해선 안 된다”며 “당시 서울 면세점 추가 설치계획도 상급기관이 수요와 공급이란 시장논리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은 공정했다”는 천 청장의 거짓 해명, 최순실 관련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감사원은 이날 천 청장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천 청장이 관세청 직원들에게 관련 서류를 파기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다.
또 롯데, SK의 면세점 사업권이 취소된 뒤 진행된 추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미르재단 출연을 대가로 해당 기업에 특혜를 주기로 했다는 의혹도 재점화됐다.
이후 최씨가 관세청장 인사과정에도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천 청장과의 연루설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검찰은 지난 4월 최씨 측근이었던 고영태씨의 관세청 매관매직 의혹 수사에 천 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던 중 '최씨를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관세청 차장으로 퇴직한 천 청장은 지난해 5월 관세청장으로 깜짝 발탁됐다. 통상적으로 관세청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 맡아 온 자리여서, 관세청 출신인 천 청장 임명은 당시 파격 인사라는 말이 나돌았다.
검찰조사에서 천 청장은 고씨 측근이던 관세청 직원을 통해 최씨를 만났지만, 업무청탁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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