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기자 = "예능 PD들과 콘텐츠 전문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박스미디어 박해선 대표의 꿈이다.
박해선 박스미디어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홍익대학교 도시계획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KBS PD로 입사, 2004~2008년 예능국장을 지낸 그는 유능한 방송인이자 감성 넘치는 시인이다.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소라의 프로포즈’, ‘열린음악회’, ‘해피선데이-1박2일’, ‘해피투게더’, ‘미녀들의 수다’ 등 KBS의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이 모두 그의 손에서 출발했다.
1993년 한국방송대상, 1994년 백상예술대상, 2006년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이탈리아상 심사위원, 2004년 에미상 심사위원, 2006년 골든글로즈상 심사위원도 지냈다.
특히 국내를 대표하는 음악방송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음악토크쇼라는 장르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던 시절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기획하고 연출했다. 이어 열린음악회,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굵직한 음악 방송을 모두 그가 만들어냈다.
이후 2009년 외주제작사 및 공연기획사 ‘박스미디어’를 설립해 ‘서울가요대상’, ‘가온차트대상’ 등 시상식 프로그램은 물론 종합편성채널 최초로 시청률 7.5%를 돌파한 JTBC ‘히든싱어’와 그 뒷이야기를 담은 ‘히든 스토리’, KBS2 ‘1대100’, ‘사랑과 전쟁’, 중국판 ‘불후의 명곡’ 등을 제작했다.
‘지산월드 락페스티벌’, ‘아시아 송 페스티벌’, 동남아 아이돌 공연 등도 제작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 첫 방송한 채널A 건강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가 첫 방송부터 시청률 3%대를 돌파한 것을 비롯해 KBS ‘생생정보통’, 2TV ‘아침 뉴스타임-충전 여자의 아침’ 등 시사·교양프로그램에도 진출했다. 지난 4월 김원희·독고영재·임하룡·정한용·표인봉·김민희·이지혜·이보희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아이티이엠(ITEM)과 합병하며 스타 육성에도 나섰고, 9월에는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학장으로 취임해 유능한 방송 후학 양성에도 힘쓰는 등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박해선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는 "늘 운이 좋은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작곡가는 새로운 노래를 작곡하는 게 아니라 우주 안에 음악이 가득하다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감성으로 음악을 잡아낸 것이죠.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을 풀어놓고 다른 시각으로 보면 보입니다. 영감을 줄 수 있는 많은 음악, 시, 소설 등이 다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죠"라고 밝혔다.
남다른 감수성과 시각을 가진 박해선 대표는 방송인뿐만 아니라 시인이기도 하다.
박해선 대표는 1982년 20대 중반에 월간 '시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집 '늑대와 삐비꽃(1999)',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2010)' 등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전남 보성 출신인 그는 남다른 감성의 원동력을 ‘자연’에서 찾았다.
"나이가 많은 형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내가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3학년 무렵쯤 할머니에 대한 글을 한번 써보라고 해서 썼던 것이 처음 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창작을 시작했죠."
독특한 감성이 시를 쓰게 했고, 시가 남과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게 했다. 그의 성공에는 이처럼 남들이 흔히 보고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다르게 보고 생각하는 힘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아주 사소한 생각도 아주 새로운 생각이라면 충분해요"라고 말한다.
“외주제작사는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영광을 나누는 대신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을 또다시 만들어내야 합니다. 늘 새롭게 창작하지 않는 한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미디어 환경과 콘텐츠의 진화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는 끊임없는 아이디어만이 경쟁력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다져진 감각과 새로운 시각으로 외주제작사를 설립했지만 외주 제작사로는 한계가 있었다.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이 외주제작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사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콘텐츠를 직접 창출하고 소유할 수 있는 환경이 절실했다.
이에 박스미디어에서 자체 콘텐츠 양산에 들어갔다.
박스미디어는 2016년 해나, 단아, 세미, 새별로 이뤄진 걸그룹 '마틸다'를 데뷔시켰다. 걸그룹 마틸다는 지난해 3월 '마카레나'로 데뷔해 이후 싱글 앨범 세 장을 냈고 올여름 새로운 싱글을 낼 예정이다.
현재 마틸다 멤버들은 연기와 뮤지컬 등에서 활동 중이다. 마틸다의 멤버 세미는 KBS2 금·토극 '최고의 한방'에 카메오로 출연해 배우 이광수와 입맞춤을 나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미는 극중 여주인공 우승 역 이세영의 룸메이트이자 경찰 은아 역을 맡았다.
해나도 강도하 작가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위대한 갯츠비'의 여주인공 선 역에 캐스팅됐다. 이 작품은 오는 23일부터 10월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상연된다. 중견가수 박학기의 딸로 화제를 모은 단아 역시 이미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 출연해 민화공주 역을 연기했다. 마틸다는 하반기 새 앨범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해선 대표는 "노래만 부르는 아이돌은 생명이 짧아요. 노래와 춤, 연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멀티 엔터테이너를 양산하고 이를 활용해 드라마와 연극, 뮤지컬 등을 제작하고 이를 수출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관련 상품 제작까지, 모든 것이 연계되어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소속 배우들에게 다양한 오디션 기회와 드라마·영화 등 매체 출연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력을 쌓게 해 좋은 배우로서의 자질을 증진시키고, 전략적으로 기존 활동 중인 연기자들을 영입하여 매니지먼트의 기반을 다질 예정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박스미디어에서는 해외합작 대하 드라마 ‘한복 입은 남자’를 제작 준비 중이다. 이상훈 작가가 쓴 장편소설 '한복 입은 남자'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작가와 계약을 끝냈다.
박스미디어는 이외에도 '2017 아시아송페스티벌'을 비롯, CJ E&M과 함께 다수의 엠슈퍼콘서트 특집을 기획 중이다. 그 외에도 다수의 국내 지자체 및 기업행사 등 다양한 특집방송 및 공연들을 기획 중이다. 2017년 상반기의 베트남, 미얀마 K-팝 공연에 이어 하반기에도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 다수의 해외 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 외주제작을 전담하는 박스미디어의 외주제작팀은 현재 방송 중인 '생생정보' 및 '나는 몸신이다' 외 공중파 및 종편 채널에서의 예능 프로그램을 확장시켜 제작할 예정이다. 현재 방송 중인 'EBS최종면접'을 기점으로 EBS 및 KTV에서도 다양한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이다. 그 외 시청자의 마음을 흔들 드라마 또한 제작 예정으로 있어 모든 방송 분야에서 박스미디어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외주 프로그램 제작만으로도 충분히 회사를 운영할 수 있지만 자체 콘텐츠 양산에 들어간 것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다. 그는 "어느 해는 외주가 잘 안 되고 공연이 잘되는 해가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생태계의 변화가 있으니 다양한 콘텐츠를 지니고 있어야 회사가 지속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아이돌 양산 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SM, JYP, YG 등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는 가수와 매니저 등이 산업을 일으켰죠, 드라마 PD 중에서 한둘 성공한 제작사가 있었지만 PD 집단이 종합엔터테인먼트를 만든 선례가 없었어요. 저는 예능 PD 집단이 기반이 돼서 콘텐츠 전반에 걸친 사업을 해가는 선도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박스미디어를 그와 같은 PD 집단이 주도해 성공한 회사의 선례로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PD에서 대표로, 다시 콘텐츠 제작자로 꿈을 펼치고 있는 박해선 대표. 박스디미어의 날개가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SM, JYP, YG 등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는 가수와 매니저 등이 산업을 일으켰죠, 드라마 PD 중에서 한둘 성공한 제작사가 있었지만 PD 집단이 종합엔터테인먼트를 만든 선례가 없었어요. 저는 예능 PD 집단이 기반이 돼서 콘텐츠 전반에 걸친 사업을 해가는 선도기업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박스미디어를 그와 같은 PD 집단이 주도해 성공한 회사의 선례로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선언했다.
PD에서 대표로, 다시 콘텐츠 제작자로 꿈을 펼치고 있는 박해선 대표. 박스디미어의 날개가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