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승길 기자 =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산업계, 학계, 지역주민 등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정치권으로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이날 회의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확정하기 위해 열렸으나, 논의의 핵심은 탈원전이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잠정 중단하고, 졸속으로 에너지 정책 방향을 바꾸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전력수급, 지역경제뿐 아니라 국민안전의 관점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또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은 이날 '원전 거짓과 진실-성급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에 대해 "잘못된 신념을 바탕으로 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고문은 "국가정책은 개인의 신념이나 믿음이 아닌 과학적으로 입증된 진실과 미래에 일어날 파급 효과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역시 야당 공세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이자 미래를 향한 담대한 대책"이라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여름철 전력 대란을 운운하며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공방은 예견된 일이다. 탈원전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등의 찬반 대립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우선 탈원전을 반대하는 입장은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과 효율성 등을 근거로 든다. 실제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지난해 기준 발전원별 연료비를 보면 원자력의 경우 1kWh당 5.72원에 불과하다. 유연탄(49.3원), 액화천연가스(LNG·83.28원), 태양광(83.6원) 등과 비교하면 적게는 8배, 많게는 14배까지 차이가 벌어진다.
또 환경오염과 관련해서도 탈원전 반대 입장은 원자력이 '친환경' 에너지라고 강조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전이 1kWh당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10g으로 석탄(991g)과 천연가스(549g) 등보다 월등히 적다.
안전성 문제도 반박의 여지가 적지 않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1조kWh의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망자가 원자력은 90명이지만, 석탄은 10만명, 가스 4000명, 태양광 440명, 풍력 150명 등이라고 강조했다.
탈원전 찬성의 근거는 역시 안전성이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경주 지진 등은 이들의 주장에 힘을 더한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는 언제든 생길 수 있고, 원전사고는 한번 터지면 회복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200조원을 넘어선 후쿠시마 사고 처리 비용을 들어 막대한 경제적 피해도 지적 대상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도 탈원전을 부추긴다. 현재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문제는 명확한 해법이 없는 상태다.
한편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교수 일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원한 연구사업을 수행, 파문이 일고 있다.
김종훈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 성명을 주도한 주한규 서울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전력연구소 원자력정책센터는 지난해 10월 한수원으로부터 20억원의 '원전정책 연구사업' 지원금을 받았다.
윤지웅 경희대 교수가 책임자로 있는 미래사회에너지정책연구원도 같은 기간 한수원으로부터 원전정책 연구사업 지원금 25억원을 받았다.
김 의원은 "핵발전과 이해관계에 있는 분들이 핵발전소 정책에 대해 객관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정부는 탈핵과 관련해 객관적인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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