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주 기자 =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 대책의 일환인 파리 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 입장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미국은 환경 보호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파리협정과 관련해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다(Something could happen)"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초 파리협정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뒤 탈퇴 수순을 밟아왔다.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미국 주도로 협의했던 파리협정을 탈퇴하기로 하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지 한 달 반 만에 이런 발언이 나오자 탈퇴 의사를 번복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이 탈퇴할 경우 중국·유럽 연합체가 파리협정의 공백을 메우는 데 선도적인 역활을 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한 발 물러서려는 제스처라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뭐가 생길지 보자"면서도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그대로 괜찮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입장 변화가 있더라도 당장은 아닐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유럽 내 입지를 강화해가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를 의식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마크롱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지도자들에게는 부드러운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이른바 스트롱맨들에게는 직설적인 화법이나 행동을 보이는 등 다양한 외교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브뤼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마크롱 대통령은 기선을 제압하는 듯이 악수하는 모습으로 주목 받았다. 미국이 독일 등 유럽의 오랜 동맹국들과 마찰을 빚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외교에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국제적 테러에 공조 대응하겠다는 목표가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랑스는 지난 2015년부터 IS가 자처한 연쇄 테러 공격을 당하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테러 조직 격퇴전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자금과 병력을 투입하고 있기도 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견해차가 있었지만 중동의 안보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한 만큼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깊이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파리협정 문제를 미국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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