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기자 = "군주가 종영하고 나면 다시 본업인 가수로도 돌아가겠지만 군주는 제게 연기 인생의 시발점이 된 작품입니다. 인피니트 엘 뿐만 아니라 연기자 김명수로도 인정받고 싶습니다."
인기 아이돌 인피니트의 엘이 MBC 월화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유승호와 대립하는 또 하나의 왕 '이선' 역할을 맡는다고 할때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연기자 엘은 아직 입증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은 훌륭히 이선 캐릭터를 소화해냈고 연기자 김명수로 다시 태어났다.
"엘이라는 예명을 쓰지않고 본명으로 연기활동을 하는 것은 엘이라는 아이가 김명수라는 연기자로도 활동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가수로서의 나, 연기자로서의 나를 구분짓고 싶달까요? 물론 엘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쓸수도 있겠지만 연기자로서 김명수 배우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선이 신분제 최하위 계층 천민에서 최상위 군주의 자리까지 올라가는 캐릭터인만큼, 감정선의 변화는 물론 어투와 자세, 걸음걸이 등 모든 것에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엘은 이 어려운 걸 해냈다.
“가면을 쓰면 표정이 보이지 않아 눈빛과 목소리로만 감정을 전달해야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내가 어떤 표정을 지어도 가면에 가려 드러나지 않으니 처음엔 힘들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노하우가 생겼어요. 눈빛과 목소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게 됐어요. 다음 작품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엘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천민 이선을 만들어냈고, 그 노력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엘 역시 이선을 통해 연기자로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악역은 욕을 먹어야 제대로 연기한 것이라고 하잖아요? 댓글이나 실제로 만난 어르신팬분들이 제게 욕(?)을 해주실 때 내가 제대로 연기하고 있구나 해서 뿌듯했습니다. 하하"
엘은 캐릭터 그 자체로 보인다는 평가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번 역할 뿐 아니라 다음에 다른 역할을 맡아도 그 캐릭터 그대로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댓글을 많이 보는데 부정적인 댓글에도 신경쓰지 않고 다 살펴봅니다. 제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아직 많이 부족하니까요. 부정적인 댓글이 제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보는 편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엘이나 김명수가 아니라 천민 이선으로 보인다'는 댓글이에요. 캐릭터 그대로 보인다는 평가가 가장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그가 이번 작품에서 가장 감사하는 사람은 선배 허준호였다.
"허준호 선배님은 제가 아이돌이라는 것을 모르셨던 것 같아요. 한참 후에야 아 네가 인피니트 엘이구나 하시면서 음악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연기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어요. '무엇보다 연기를 하려면 상대방의 호흡을 들어야 한다. 그래야 NG가 나지 않는다.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다고 해주신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허준호 선배님, 김성령 선배님 등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엘은 유승호 김소현 윤소희 등 또래 배우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촬영하기 전부터 따로 네 명이서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 얘기를 많이 했어요. 승호 같은 경우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 얘기도 많이 했지만 둘 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어떤 사료를 먹이는지 어떤 간식이나 장난감이 좋은지 등 집사로서의 고민도 자주 나눴어요. 승호가 못구한 고양이 간식을 제가 구해다주기도 하고 덕분에 첫 촬영부터 더 친해져서 연기할 수 있었어요"라고 밝혔다.
반사전제작인 '군주'는 지난 겨울부터 여름까지 장장 6개월 이상 촬영을 진행했다.
힘든 점은 없었냐고 묻자 엘은 "사전제작이기 때문에 대본을 미리 받고 캐릭터에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쪽대본이나 급히 연기해야했다면 오히려 몰입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전제작 덕분에 이선이라는 캐릭터를 잘 잡아나갈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극을 하고 나면 다음 작품에 '사극 안 한다'는 분들이 많은데 전 이번 작품 하면서 좋은 선배님들도 많이 만났고, 지방 촬영도 좋았어요. 인피니트가 해외로 월드투어를 하다 보니까 오히려 지방에 갈 일이 적다. 부산 같은 곳은 콘서트나 팬사인회로 가긴 하지만 문경이나 담양, 부안 같은 곳들은 사실 갈일이 별로 없잖아요. 저로서는 지방 촬영 기회가 없다 보니 신선하고, 휴게소 갈 일이 흔치 않다 보니까 재밌었어요. 휴게소에서 어르신들이 알아보고 인사 건너 주시는 것도 좋았구요"라며 씩씩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차기작은 정해진 것이 없는 상태다.
엘은 "저는 늘 스릴러가 하고 싶었어요. 특히 사연있는 역할을 하고싶어요. 악역이었는데 알고보니 이런 사연이 있더라 그래서 공감을 얻어내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물론 사극이 매력있어서 또 사극을 해보고도 싶어요. 다음 작품은 가리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다음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게 되면 제 이름이 아닌 그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요. 그 이름으로 기억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작품을 했을 때 제가 이선으로 불렸을 때 기분이 좋았던 것처럼요. 항상 캐릭터 그 자체로 불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노력형 아이돌이 노력형 배우로도 나아가고 있다. 엘의 끊임없는 도전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그의 끊임없는 도전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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