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애신 기자 = 조심스러웠지만 목소리는 단호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답하되, 아직 파악하지 못한 일에 대해선 섣부른 발언을 경계했다.
최 후보자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도 이어가겠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최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면 구조조정, 최고금리 인하 등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는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기업구조조정의 과감한 이행을 예고했다. 그는 "상황이 심각한 조선·해운업은 물론 최근 경기가 회복되는 추세인 유화·철강도 잘 지켜봐야 한다"며 "채권은행들이 면밀히 지켜봐서 때를 놓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작은 손해에 연연하지 않고 (구조조정을)과감히 이행토록 지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 최대 현안인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른 게 문제"라며 "증가 속도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금융위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해법으로 채무자의 소득 향상을 꼽았다. 돈을 갚아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있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 후보자는 "지금까지 여러 변천이 있었는데 어떤 방식이 가장 좋다는 데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으나 어떤 방식이 효율적인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 론스타 "당시 최선의 판단"··· 금감원 채용비리 "몰랐다"
예견됐던 대로 이날 최 후보자가 론스타 먹튀를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최 후보자는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다"며 "(론스타 먹튀 논란 이후)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실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재직 시절 벌어진 채용비리 사건에 대해선 몰랐던 일이라면서도 "정말 죄송스럽다"며 사과했다. 금감원은 변호사 경력직을 뽑는 과정에서 서류전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임모씨를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로, 임 의원과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행정고시 동기다.
최 후보자는 "그만두고 2년이 지나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어찌됐든 제 소관 업무였고 제가 감독하는 라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어서 책임이 없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먹는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선을 그었다. 그는 "금융위 직원들이 하는 일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는 있겠지만 나쁜 짓으로 평가 받을 만한 일은 없었다"며 "김상조 위원장도 본의가 아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발언의 취지는 시장 규율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금융위, 공정위 두 위원회가 개혁적으로 일을 잘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부연했다.
◆ 물 건너 간 은산분리 완화··· 초대형 IB 3개월 내 결론
금융권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은산분리 완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 후보자는 "은산분리 원칙은 어떤 경우도 깨져서는 안 된다"며 "은산분리 정책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금융권의 경쟁을 촉진하고 핀테크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케이뱅크 인가 당시 특혜를 줬다는 지적에 대해선 "금융위 직원들이 의도를 갖고 결론을 내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금융위원장이 된 후 잘못된 점이 있으면 이에 대해서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최대 화두인 투자은행(IB) 인가는 3개월 이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IB를 신청한 증권사 5곳이 리베이트, 영업정지 등으로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심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며 "요건대로 심사해 3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겠다"고 답했다.
법정 최고 이자율 인하는 더욱 속도가 날 전망이다. 최 후보자는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최고금리를 낮추는 방안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며 "다만 실태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가상화폐를 제도권 규제 대상으로 봤을 때의 문제점이 있다"며 "소비자 보호, 불법 거래, 범죄 악용 등 가상통화의 거래 과열로 인한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규제에 편입시켜서 볼 것이냐 아니면 광풍으로 지나갈 것인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과 관련해서도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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