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숙·김근정 기자 =지난 17일 발표된 중국의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웃도는 호조를 보이면서 원자재 시장도 들썩였다. 중국이 전 세계 수요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구리 가격은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중국은 이날 2분기 GDP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9% 성장했으며, 6월의 산업생산은 7.6%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6.8%와 6.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구리 7월 인도분의 시세는 1.23% 오른 파운드당 2.7170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 3월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코메르츠뱅크는 “이 같은 상승이 반년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구리값의 급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원자재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인 것은 구리뿐만이 아니다. 아연도 전일 대비 1.82% 상승했으며, 니켈 역시 2.13% 상승하면서 중국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글로벌 증시에서도 원자재 관련주가 크게 올랐다. 대형 광산업체 앵글로 아메리칸과 글렌코어 등이 각각 1.21%, 2.2% 상승했다. 칠레 구리 생산업체인 안토파가스타와 글로벌 금광기업인 센타민 역시 2.3% 올랐으며, 스웨덴 구리 생산업체인 볼리덴도 1.3%, 철강파이프 제조업체 테나리스는 1.5%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다.
한편 예상을 넘어선 중국의 경제지표 호조에 중국과 서구의 시선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WSJ는 "중국은 최근의 경제지표들이 경제성장에 타격을 주지 않고 부채를 해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이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너무 클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의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부동산 가격 탓에 임금이 상승하는 만큼 소비를 늘리고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WSJ는 "중국 정부자료에 의하면 도시 거주민들의 수입은 6.5% 늘었지만, 소비증가율은 5.1%에 머물렀다"면서 "지나치게 높은 주택 가격은 소비에도 타격을 미칠 뿐만아니라 일반 중국인들 사이에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와 노동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7일 사설을 통해 이러한 외신의 관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신문은 "중국 경기 지표가 부진할 때는 반응이 없더니 호조를 보이면 의심부터 한다"면서 "안정적 성장률 유지는 중국 경제가 순조롭게 소비주도형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미 소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3.4%를 책임지고 있으며 공유경제·전자상거래의 빠른 발전, 교육·건강 관련 소비 증가 등이 힘을 보태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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