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영
에델만코리아부사장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공사 중단을 비롯해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한창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한 사회를 위해 원전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성급하게 원전을 폐기하면 '값싼 전기의 안정적 공급'이 무너진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보수정권 10년 이후 한국 사회는 이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사안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했지만, 그동안 눌려 있었던 시각들이 고개를 들며 주류 의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과거 수십년 동안 급속한 경제 성장과정에서 환경, 국민건강적 요소를 애써 외면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더 넓은 아파트에서 살며, 더 좋은 자동차를 운행하고, 값싼 전기와 물을 마음껏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 과정에서 국민 건강과 안전, 환경의 가치를 진지하게 바라보지는 않았다.
그동안 '경제 성장 vs 환경 보전',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논란이 많았으나, 그래도 중심은 경제와 성장 우선이었다.
누가 그랬던가. 인간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고. 하긴 인간의 이기심은 자본주의 근간을 이룬다.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면서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을 통해 인류는 물질적 풍요를 추구한다.
이제 우리도 부의 양극화, 국민 안전과 건강, 환경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선한 의도가 항상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며, 세상 모든 일에 ‘기회 비용’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전제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폐기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업이 지금보다 훨씬 비싼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독일을 비롯해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의 전기요금은 한국보다 30~40%가 아니라 3~4배 비싸다. 국민들이 내는 요금을 올리지 않으려면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정부 보조금, 즉 세금 지원을 대폭 높여야 한다. “원전, 석탄발전을 폐기하면서 값싼 전기를 공급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이기심을 넘어,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다는 탐욕에 가깝다.
원전, 석탄발전을 폐기함으로써 감소하는 환경오염 처리 및 의료비용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눈앞에 현실화되지 않는 사회적 비용까지 원가에 포함시키는 것을 국민과 정치권이 수용할지 의문이다.
얼마 전 독일인 친구를 만났더니, 한국의 탈원전 논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는 “깨끗한 환경과 안전한 삶의 환경은 결코 공짜로 얻을 수 없다. 탈원전 비용 분담에 대한 합의가 빠지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한국도 이제 환경을 도외시하며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경과 안전을 지키는 데 따르는 막대한 기회 비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 세상에 정답은 없고 오로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오늘의 선택에 후회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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