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을 공평하게 대해라."(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충돌은 즉각 양국 이익을 훼손할 것이다."(왕양 중국 부총리)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 열렸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이날 대화에서 중국 측 대표로는 왕양 부총리가, 미국 측 대표로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나섰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도 미국 대표단으로 참석했다.
대화 시작 전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중은 견실한 공동이익이 있으며, 협력으로 양국의 이익을 최대화해야 한다"며 “이는 더욱 공정하고 균형있는 무역과 투자관계를 통해서만 실현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국이 상대기업에 시장진입의 편리성을 제공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의 간섭에 따른 시장 불공정 문제, 중국 제조업·농업·인터넷정책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로스 상무장관도 "지금은 양국 간 무역투자 관계가 균형을 이루고, 공정하고 호혜적이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미국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시장진입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중대한 무역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왕양 부총리는 "미·중은 실속있는 대화와 협력을 해야 한다”며 “충돌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고, 상호존중하고 협력 공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화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즉각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충돌은 즉각 양국의 이익을 훼손한다”며 “협력 공생을 추구하는 것만이 비로소 중·미 관계를 더욱 좋게 하고 실질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 ‘싱크 라이크 어 챔피언(Think Like a Champion·챔피언처럼 생각하라)’의 문구를 인용해 “함께 가는 것이 시작이다. 협력하면 진전이 있고, 함께 노력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양국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하면서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미국 재정부 관료의말을 인용, 미·중 양국이 공동성명 내용과 단어 선택을 논의 중이며, 양국 간 서로 합의가 이뤄지면 늦어도 이날 저녁에 혹은 다음날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원론적인 수준에서 양국이 미·중 무역투자, 경제협력 100일 계획 및 1년 계획, 글로벌 경제질서, 거시경제정책과 금융업 농업 등 의제를 둘러싸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20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화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협력 공생, 대화와 협상, 정책적 소통유지라는 미·중 경제협력의 올바른 방향을 확립한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이 밖에 양국이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도 건설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도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0일 '미국은 중·미 무역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중국의 시장 불공정 행위를 지적하는 미국에 쓴소리를 냈다.
사설은 "중국은 미국에 중국산 제품을 사라고 강요한 적이 없으며 이는 모두 세계무역의 규칙에 근거한 정당한 거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설은 "중국은 미국의 첨단기술 제품을 구매하고 싶지만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기술 제품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며 미국 스스로 수출제품 범위를 좁혔다"며 "중·미 무역불균형의 커다란 원인은 미국이 자초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번 미·중 경제대화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양국 관계는 급격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계 1·2위 경제대국의 짧았던 허니문이 끝난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