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 혁신' 시작부터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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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기자
입력 2017-07-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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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류석춘 혁신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혁신위원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패배의 여파, 추락하는 지지율에 고심중인 야3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이 일제히 '당 개혁'에 돌입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하려면 내부 혁신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껏 정치권에서 '혁신'이란 단어는 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했다. 혁신안이 나와도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계속돼 왔다. 이번에도 '그 밥에 그 나물', '재탕삼탕 혁신안' 등 다르지 않을 거란 비아냥이 나온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혁신위 구성 자체로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당은 전날 혁신위원회 구성을 마무리짓고 첫 회의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개혁작업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인사 면면을 두고 과도한 '우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조차 나오는 실정이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에게 위원 선임 등 전권을 준 홍준표 대표를 향한 불만도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류 위원장을 비롯해 혁신위원인 여명 한국대학생포럼 6기 회장 등은 일명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했던 인물이다. 또 다른 위원인 황성욱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이었고, 유동열 자유민주원 원장 등 대표적 우파 논객들이 다수 포진했다. 

앞서 장제원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극우화되는 것 같아 심각한 우려를 하게 된다"면서 "혁신위원장 개인의 이념이나 역사인식이 당의 상징이 되어 당헌 당규나 정강 정책에 담겨져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날 열렸던 최고위원·재선의원 연석회의에서 그는 당의 혁신방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김태흠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계파나 이념의 색채가 비교적 옅은 초·재선 의원들로서도 혁신위의 '우파적' 행보를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홍 대표의 밀어붙이기식 '마이웨이' 리더십이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불만도 있다. 당장 혁신안이 나오면 갈등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단일지도체제'로의 전환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의총 직후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는 당의 정체성과 변화를 주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단일지도체제로 변경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주류였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대선패배에 이어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건으로 연타를 맞은 데다, 지지율은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에게 밀린 지 오래다. 그러나 지도체제 변경이 이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당은 이미 '안철수 사당'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전력이 있다. 당 대표의 권한 강화가 민주주의 정당 구조에 어울리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최 원내대변인도 "혁신위가 제시한 단일지도체제와 관련해, 현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변화를 감당해 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견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제보 조작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점도 혁신에 대한 부담감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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