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탈석탄·탈원전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정책이라며 이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60년 넘는 로드맵을 갖고, 긴 호흡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백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금이야말로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변화를 수용하고 그 흐름에 선승할 수 있는 적기"라며 "이는 미래 에너지산업의 경쟁력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도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백 장관은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 출신이다. 산업부 장관으로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뜻을 같이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백 장관은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을 연장하지 않는 것"이라며 "원전 설계수명이 6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19년 마지막으로 상업 가동에 들어가는 신한울 원전 2호기의 설계수명은 2079년까지로 '원전 제로'까지는 62년이나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백 장관은 "레볼루션(revolution: 혁명)이 아니라 이볼루션(evolution: 진화)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점진적으로 서서히 탈핵 정책을 펴나갈 것이며 원전 등을 급진적으로 중단하거나 폐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 등 통상 현안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산업, 에너지 분야만큼은 산업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당면 과제인 미국의 한·미 FTA 개정 요구는 국익 극대화와 이익 균형의 원칙하에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 사드 문제와 보호무역 움직임에 대해서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이 산업정책의 최우선 과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백 장관은 "수출과 투자증가가 좋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와 유턴기업 정책도 근본적으로 개편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공학자로서 첨단 산업분야의 현장 경험을 살려 친환경 스마트카, 에너지신산업, 지능형 로봇 등 미래 신산업을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에너지 분야에 조예가 깊은 반면 통상과 산업정책은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 백 장관은 통상 및 산업 관련 권한은 담당자에게 위임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책임국장제 등 과감한 권한 위임을 통해 스스로 책임감 있게 일하도록 하겠다"며 "그 성과에 따라 신상필벌이 이뤄지도록 조직을 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백 장관은 산업부가 통상, 산업 정책에서 주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논어 이인(里仁)편에 '불환무위 환소이립(不患無位 患所以立)'이라는 말이 있다"며 "자리가 없다고 근심하기보다 자신의 실력과 자질을 높이는 데 힘쓰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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