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관치만 되풀이하는 새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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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7-07-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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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제1 공약은 적폐청산이다.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없애겠다는 신 정부의 일갈에 금융권도 내심 기대하는 바가 크다. 금융권의 적폐인 '관치'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작은 소망 때문이다. 하지만 매번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생기는 '희망 고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금융권을 실망시키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실손보험료 인하 등 주요 대선 공약에 '관치'가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관치 청산을 기대했던 것 자체가 어쩌면 우스운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새 정부의 관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대표적이다. 이번 정부는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덜어 일자리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 방책을 꺼내들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 최저 임금을 올릴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진짜 이유는 높은 임대료와 세금이다. 가맹점 수수료에서 해결책을 찾겠다는 정부의 비정상적인 정책에 의아함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실 이같은 관치는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카드사들에게도 연간 3500억~50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카드사만의 피해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수익 창출이 기본인 기업으로서는 어디선가 손실이 나면, 또 다른 어디에선가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카드사들은 카드혜택부터 줄이고 있다. 수익보다 비용이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없고, 금융판매(현금서비스·카드론)를 통한 수익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부가서비스 축소, 연회비 인상 등은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다.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부의 대선 공약 중 하나가 실손보험료 인하다. 건강보험에서 보장성 항목을 확대해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액이 축소, 보험사가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논리다. 이로인해 실손보험료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래 묵은 추정 통계치로 보험사들의 손해를 예측, 정부가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반박이다. 한마디로 탁상공론이라는 얘기다. 비급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보험사들에게 보험료 인하만 압박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보험이 금융상품이지만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관리 당국인 금융위원회 이외에도 복지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손보험 혜택으로 의료서비스 시장이 왜곡되고 이로 인해 공적보험까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니 복지부도 관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급여를 표준화하지 않고는 결코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없기 때문에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관치 금융으로 인한 폐해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펼치는 정부의 정책은 마땅히 칭찬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또 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의 경쟁 원리는 무시한 채 문제를 '관치 금융'으로 해결하려는 오래된 병폐만 되풀이되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룰을 만들고 시장 질서가 유지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관치로 인한 부작용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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