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요청에 대해 정부가 "정부 조직개편을 완료한 뒤 서울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지난 12일 서한에 대해 백운규 장관 명의로 이 같은 내용의 답신을 발송했다고 25일 밝혔다.
백 장관은 서한에서 "대(對)한국 무역적자에 대한 미국 측의 우려를 알고 있으며 양국 경제통상관계를 확대·균형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USTR은 지난 서한에서 무역불균형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하면서 "협정 개정·수정 가능성 등 협정 운영을 검토하자"며 "요청 후 30일 이내 워싱턴 D.C.에서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바 있다.
한미 FTA 협정문은 한쪽이 공동위 특별회기 소집 요구를 하면 별도의 양측 합의가 없을 경우 상대방은 30일 이내 개최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개정협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미국 측의 특별회기 개최 요청에 대해 협정문에 정한 절차에 따라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회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 연구, 평가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또 '30일 이내 워싱턴 D.C.'로 시간과 장소를 못 박은 미국 측 요청에 대해 장소는 서울, 개최 시기는 추후 협의해 나가자고 했다. 미국 의도대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도다.
개최 시기에 대해서도 "산업부 내 통상조직 설치, 통상교섭본부장 임명 등 우리 정부의 조직개편이 완료된 이후 가까운 적절한 시점에 개최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FTA 협정문은 장소와 관련해 "양 당사국이 달리 합의하지 아니하는 한 공동위원회는 다른 쪽(개최 요청을 받은 쪽) 당사국의 영역에서 개최되거나 양 당사국이 합의하는 장소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매년 한 번 하는 공동위원회 정기회기는 한국과 미국에서 교대로 개최하지만, 미국이 이번에 요청한 특별회기는 달리 합의하지 않은 한 요청을 받은 국가에서 개최하는 게 맞다는 의미다.
백 장관은 서한에서 "협정문상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힌 이유다.
한국이 미국의 요청에 답신을 보내면서 앞으로 양측은 공동위 개최를 위한 실무협의를 시작한다.
실무협의에서는 구체적인 개최 장소, 시기, 의제 등 세부사항을 논의하게 된다. 이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면 공동위가 열리게 된다.
미국은 공동위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 개시 선언을 시도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은 일단 한미 FTA가 그간 양국의 무역에 어떤 이익을 줬는지 조사해보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백 장관은 서한을 통해 "한미 FTA는 양국에서 각각 두 행정부에 걸친 집중적인 협상 과정을 통해 이익균형을 달성한 결과물"이라며 "발효 이래 지난 5년간 양국 간 교역, 투자, 고용 등에 있어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한미 FTA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미국 측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