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정책방향 윤곽이 나왔다. 기존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소득 중심의 새로운 경제전환 체제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낡은 경제정책을 과감하게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가 25일 국무회의에서 내놓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저성장‧양극화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경제성장을 수요 측면에서는 일자리 중심‧소득주도 성장으로, 공급 측면에서는 혁신 성장의 ‘쌍끌이’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부분을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역대 정부가 제시하던 ‘수출과 내수 중심’의 기조와는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새 정부 경제정책이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각종 대내외 변수를 극복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책의 큰 틀은 잡혔지만,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뚝뚝 떨어지는 ‘잠재성장률’ 잡을 묘수 찾아라
“성장이 둔화되면서 분배까지 약화됐다. 우리가 볼 때는 저성장 고착화, 양극화 심화라는 구조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간 추진했던 성장 패러다임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데 기인하고 있다고 본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현재 저성장 터널에 갇힌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이같이 표현했다. 비교적 냉정하게 평가하며 경제 전반에 걸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차관보의 진단은 그동안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였다. 매년 되풀이되는 경제성장률 하락에도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남발하며 스스로 늪에 빠지는 결과를 차초한 것이다.
정부가 새 경제 패러다임을 강조한 것은 갈수록 하락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선책이다. 잠재성장률은 뚝뚝 떨어지는데,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부분을 인식하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경제는 1995년을 기점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감지됐다. 외환위기를 맞은 1997년이 지나면서 연 0.26%포인트씩 하향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산인구 감소 등 연쇄적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여전히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내놨다. 대기업, 수출에 집착하다 보니 소득 불균형과 경제성장률 하락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2%대 저성장 터널에 갇힌 한국경제는 기존 낡은 경제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위험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문재인 정부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험신호를 파악하고, 이를 선순환 체제로 전환하는 데 방점을 둔 이유다. 첫 경제정책방향의 궁극적 목표인 ‘사람중심 경제’도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묘수 찾기에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이 차관보는 “그간 고도성장을 위해 물적자본 중심 성장 그리고 모방·추격형 성장을 추진했지만, 현재 이것이 가계·기업 불균형을 야기하고 대·중소기업 격차 확대,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을 초래했다”며 “추격형 성장모델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람중심 경제 구현··· 곳곳에 훈풍 불어넣기
정부가 내놓은 사람중심 경제는 철저하게 소득에 초점을 맞췄다. 수출이나 내수 등 애매하고 포괄적인 정책보다, 원 포인트를 잡아 확실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노력이 엿보인다.
대표적인 정책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다. 궁극적으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침을 정했지만, 당장 하반기부터 인상부분에 대한 조치가 이뤄진다. 이를 위해 기재부 1차관과 고용부 차관을 필두로 최저임금 전담반(TF)을 가동 중이다.
또 연간 4조4000억원에 달하는 기초연금 인상이나 연간 2조6000억원의 아동수당 도입 등도 과감한 경제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노동시장 재정투자를 총지출 증가율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 역시 기존 성장 위주 경제정책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대기업 혜택을 줄이고 중소기업 육성정책도 눈에 띈다.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글로벌 시장에 중소기업 진출 기회를 늘려 대표적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은 성장동력의 중심축이 중소기업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대목이다.
◆경제 패러다임 좋지만··· 갈등봉합 대책 아쉬워
새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기존 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다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면 기존 이해당사자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4대 구조개혁을 추진하려다 공무원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골든타임을 놓친 전례가 있다. 최근 공론화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탈원전, 물 관리 일원화 등도 임기 내 마무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대외변수로 눈을 돌리면 여전히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의 사드 보복이 경제변수로 맴도는 상황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하반기 최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관광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4개월 연속 50%대 두 자릿수 감소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시내 면세점 등 중국 관련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전환 시도는 좋지만 비용문제나 재원조달 방안을 더 구제척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은 “경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된다. 국민이 각자 능력에 맞게 공정하게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관련 법령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국민과 정치권 동의와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 대규모 재정 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며 “기업 법인세나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으로는 급증하는 재정지출을 충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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