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여행경비를 모으기 위해 구걸하는 여행객 '베그패커(begpacker)'가 늘어나자 태국 정부가 집중 단속에 나섰다.
25일 코코넛방콕 등 태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방콕 시내에서 어린 딸을 데리고 다니며 구걸을 하는 서양인 여성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확산됐다.
이 여성은 "남편에게 버림받았고, 귀국 비용을 위해 구걸하고 있다"며 여행객들이나 현지인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여성은 주로 자신의 딸 모습이 담긴 사진을 판매했다.
그러나 며칠 뒤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와 또 다시 치앙마이 시내에서 구걸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현지 SNS에 퍼졌고, 결국 '베그패커에 속았다'며 공분을 샀다.
장거리 여행을 즐길 정도로 형편이 여유로운 서양인이 가난한 현지인들에게 돈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30대의 독일인이 구걸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지난 2014년에도 구걸하는 것을 불쌍하게 여긴 방콕 시민들이 5만 바트(약 160만원) 상당의 성금 및 귀국 항공편을 제공했지만, 술값으로 써 강제추방 당한 바 있다.
이밖에도 동남아 곳곳에서 여행자금을 모으기 위해 길거리 공연을 하거나 사진, 엽서 등을 판매하는 서양인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베그패커들이 늘어난 데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선행을 베풀어 공덕을 쌓는다'는 탐분 문화를 악용한 영향이 크다.
태국인들의 95%가 불교를 믿는 만큼 탐분 문화가 일상화 돼 있어 베그패커들 사이에서는 '손쉽게 돈 버는 법'으로 퍼져있다는 게 현지 매체들의 분석이다.
외국인들의 구걸 행위가 늘면서 태국 출입국관리국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기존에는 관광비자로 입국하는 것을 연간 2회로 제한해왔다면, 이제는 여행자금을 제시하도록 입국조건을 강화한 것이다.
따라서 서양인 관광객들은 태국 입국 시 1인당 2만 바트(66만원), 가족은 4만 바트(133만원) 이상을 소지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태국 출입국관리국은 자금을 제시하지 못하는 여행객에는 입국 거부 조치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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