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됨에 따라 이달 26일부터 IRP는 가입 대상이 확대된다. IRP는 퇴직금을 한 번에 받는 대신 55세 이후 일시금이나 연금으로 찾아 쓸 수 있는 상품이다. 세액공제 혜택도 있다.
IRP는 그동안 직장 가입자만 가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 연금 가입자, 자영업자 등도 가입이 가능하다. 이는 금융사가 730만명의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IRP 적립액은 12조4000억원으로 전체 퇴직연금 적립액의 8.4%에 불과하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각 금융사가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해 고객을 모으는 이유다.
수수료 인하 전쟁은 삼성증권이 먼저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IRP 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에 대한 운영·관리수수료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IRP시장은 시중은행이 63.8%를 점유하고 있다. 그 다음 증권(20.2%), 생명보험(13.2%), 손해보험(2.8%) 순이다.
은행들은 일찌감치 사전예약가입을 통해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과당 경쟁 자제를 여러차례 요청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IRP 가입대상자 확대와 관련한 유의사항을 각 은해에 공문으로 보낸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당부했다.
IRP는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특별한 예외사유를 제외하곤 55세 이전에 중도 해지하면 지금까지 받은 세액공제를 물어 내야 한다. 수익률도 낮다. 지난해 IRP 수익률은 1.09%로 은행 예금상품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금융회사들의 수수료 인하는 금융당국이나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무관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사항 중 하나로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금융사들은 수수료 인상이나 수수료 신설이 어려워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이번 수수료 인하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접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 역시 "업권의 경계를 넘어서 이번처럼 자진해서 앞다퉈 수수료를 낮춘 적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과거 수익·운용 등 본연의 부문에서 경쟁을 했어야 했는데 현재 인하된 수수료를 내세워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향후 감독당국의 규정 개정을 통해 공시 및 고지 강화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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