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경제보복에 직격탄을 맞았다. 2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나고, 매출도 역신장했다.
26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2분기 매출이 1조4129만54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 줄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더 큰 손실을 보았다. 2분기 영업이익은 1303억7600만원으로 57.9%나 쪼그라들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상반기 전체 실적도 부진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은 3조2683억4200만원으로 6.1% 줄고, 영업이익은 5088억7800만원으로 30.2%나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중국 당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 3월 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한국 단체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한 '금한령' 등을 단행했다. 그 결과 화장품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급격히 줄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를 보면 올해 3~5월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7% 감소한 84만1952명에 그쳤다.
실제 그룹 안에서도 유커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의 적자폭이 컸다.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5% 줄어든 2조7740억원, 영업이익은 28% 쪼그라든 418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유커 매출이 포함된 국내 사업의 경우 매출은 10.1%(1조9100억원), 영업이익은 32.3%(3166억원) 각각 떨어졌다. 이 가운데 면세점 매출은 14.7%나 줄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유커에게 인기가 높은 '설화수'와 '라네즈', '마몽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유커 의존도가 높은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도 마찬가지다. 면세점과 명동을 비롯한 관광상권 매장 부진으로 이니스프리의 상반기 매출은 12%(3518억원), 영업이익은 40%(685억원) 급감했다. 에뛰드도 같은 기간 매출은 16%(1399억원), 영업이익은 66%(83억원) 각각 쪼그라들었다.
국내 소비자에게 주로 팔리는 에스트라와 아모스프로페셔널 실적은 뛰어오르며 대조를 이뤘다. 에스트라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625억원), 16%(40억원) 올라갔다. 아모스 매출은 13%(465억원), 영업이익은 8%(116억원) 성장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와 내수소비 침체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신장했다"면서 '내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브랜드·유통망 정비와 해외 시장 다각화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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