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 [사진=아주경제 DB]
공론화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시절 시도됐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선진국 사례도 드물다고 한다. 더군다나 논의 대상이 원자력이라는 전문적 주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있는 상황에서 공론화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발하는 공론화위원회가 소임을 잘 마치기 위해선 몇 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인식을 구분해야 쟁점을 줄여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은 상반된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원전 반대 진영은 원전 비용 계산에 자주 활용하는 보고서의 수치가 정확하지 않고 계산식도 공개하지 않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한다. 원전 찬성 진영은 친환경에너지 생산비용이 국내 일조량, 토지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아 너무 낮게 계산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검증이 없다면 상호비방만 난무할 뿐이다.
둘째, 정부부처가 사실 확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정부는 해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사관을 활용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자료까지 입수할 수 있다. 원전 비중이 큰 프랑스와 원전폐쇄를 결정한 독일 자료는 중요한 판단근거가 될 수 있다. 원전 반대 진영은 그간 찬성 입장이었던 정부부처를 믿을 수 없다고 할지 모른다. 정부부처는 객관·중립적이어야 하고, 사실 관계에 대한 입장을 내야 한다.
과학기술은 우리에게 여전히 낯선 존재다. 선진국에서 축적한 지식을 습득하고 개량해서 돈을 벌어본 경험은 있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경제·사회적 혁신을 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불과 100여년 전까지만 해도 현실보다는 이상을 중시하는 유학이 지배했었다. 격변기를 겪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대학은 무조건 가야 한다’며 여전히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한다.
이제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판단하는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공론화위원회가 운영되는 석 달 동안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서 100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 돈이 아깝지 않을 위원회의 현명한 판결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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