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수칼럼, 언론의 역할, 야당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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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수 초빙논설위원
입력 2017-07-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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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역할, 야당의 역할

[사진=육정수]



요즘 신문과 방송을 봐도 언론과 야당의 역할에 여러 생각이 든다. 야당, 그중에서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전례가 드문 위기에 처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언론은 신문 판매부수나 방송 시청률, 광고 수입 축소보다는 신뢰의 위기가 훨씬 더 심각한 것 같다. 야당은 존재감이 없어 국민이 기댈 곳이 없다고들 한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다연발 포탄을 쏘듯 많은 뉴스를 연일 퍼붓다 보니 언론이 제정신을 못 차리는 듯하다. 발표 뉴스조차 정확하게 분석·검토할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 야당의 주장과 비판에는 귀를 기울일 여유가 아주 부족한 것 같다. 게다가 대통령 지지도가 70~8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에 지배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언론과 야당의 정치권력 감시, 견제, 비판 기능이 크게 위축돼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칫 새 정부를 독단과 오만에 빠지게 만들 우려가 있다. 반면 야당은 존재감이 점점 떨어져 무기력에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힘이 떨어질수록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되니 쾌재를 부를지 모른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계속 독주(獨走)하게 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때가 온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야당과 언론이 새 정부의 원만한 국정운영을 돕기 위해 협치(協治)에 응한다거나 일정기간 밀월관계를 갖는 것은 어느 정도 관행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도(度)가 지나치면 정부, 야당, 언론이 모두 지탄을 받게 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보기에 따라 납득하기 어려운 무리수가 너무 많다. 그런데도 언론과 야당이 자신들의 책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니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이다. 이 정부가 과연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가치, 법치주의의 틀을 확고히 지킬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한 진정한 뜻을 되씹어봐야 한다. 언론과 야당의 비판 및 반대 의견을 겸허히 존중해야 대통령으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경구(警句)인 것이다. ‘국민의 뜻’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명분 삼아 독선과 독주를 합리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헌과 위법이 아닌지, 대의(代議)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지를 늘 자문(自問)해 스스로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부적격 의견을 무시한 장관 임명 강행, 원전 건설 중단, 실효성 없는 대북(對北) 정책 추진, 교육정책 뒤집기 및 전교조 합법화 추진, 최저임금 과다인상,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일자리 마련 정책 등 밀어붙이기 사례가 줄을 잇는다. 특히 전 정권에 대한 무더기 뒷조사와 청와대 기밀자료 공개 및 특검 제공 등은 법적 의문이 있을 뿐 아니라 졸렬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입으로는 수사 및 정보기관의 정치적 독립성, 중립성을 말하면서 실제 행동은 정반대로 향하는 모습이다.
국가 공동체의 화합과 소통보다 전 정권을 끊임없이 시비 대상으로 삼는 데 치중하는 것은 패거리 정치이거나 좌파 신드롬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언론이 순치된 탓인지 당연히 있어야 할 기사가 보이지 않거나 작게 취급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취소 결정한 것도 작은 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행태는 우리의 국격(國格)을 스스로 낮추는 부끄러운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빌미로 삼은 역(逆)연좌제 적용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이를 비판한 성명서를 제대로 보도한 신문이 없었다는 점도 한심하다.
그런가 하면 TV방송은 본격적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격하 내지 흠집 내기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두 전직 대통령의 실정(失政)도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교력을 발휘해 6·25 남침전쟁에서 나라를 구하고 한·미동맹의 기초를 닦았거나, 경이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한 공적 등은 묻어버린 채 비난 일색의 선전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이런 방송이 정권의 영향력과 전혀 무관하게 행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G20회의에 동반해 친북 작곡가 윤이상씨 묘소를 참배하고 동백나무를 바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독일 유학생 오길남씨의 가족 4명을 북한으로 들여보낸 뒤 오씨는 탈북했으나 그의 부인을 죽게 만들고 두 딸은 요덕수용소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게 만든 친북(親北) 죄상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김 여사는 공식방문 중에 윤이상씨를 추모해 어리둥절케 했다. 언론은 참배 사실만 짧게 보도하고 말았다.
언론과 야당은 무엇보다 안보문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북한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책, 남북대화 추진계획 등에 대해 눈을 똑바로 떠야 한다. 국가와 국민의 생사(生死)가 직결된 과제이고, 현실적으로 한·미동맹 강화 이외에는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 위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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