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젠린(王健林) 회장이 이끄는 중국 완다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부동산개발업체에서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대변신에 성공하고 엄청난 인수합병(M&A) 먹성으로 국내외 세력권을 확장했던 완다그룹이 대규모 자산 매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디즈니랜드에 도전장을 내밀며 성공을 장담하더니 테마파크 등 관련 사업 지분을 룽촹중국(수낙차이나)에, 완다호텔을 푸리(富力)부동산에 넘기기로 한 데 이어 완다그룹의 복합쇼핑몰 완다광장 중 일부도 매각했음이 확인됐다고 신경보(新京報)가 2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완다가 완다광장마저 내놓으려 한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시장은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경보 기자는 국가기업신용정보공시시스템을 이용해 충저우(崇州)완다광장부동산유한공사, 다퉁(大同)완다부동산개발유한공사와 난창시후(南昌西湖)완다광장 등 3곳의 지분 100%가 6월 30일, 이달 3일, 5일에 완다상업부동산에서 주장(珠江)인수로 넘어갔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난창시후 완다광장은 총 면적 14.78만㎡로 조성돼 지난달 23일 영업을 시작했다. 충저우와 다퉁 완다광장은 현재 건설 중으로 오는 9월 초와 10월 말에 오픈 예정이다.
이 외에 지난 4월 17일 옌청(鹽城) 완다광장의 주인도 중신(中信)신탁유한책임공사로 바뀌었음이 확인됐다. 지난 3개월간 총 4곳의 완다광장을 조용히 매각한 것이다.
완다그룹은 이번 완다광장 매각에 대해 "일부 경량자산을 정리한 것으로 완다광장 전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은 완전히 오해"라며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왕젠린 회장은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완다광장 확장을 위한 '경량자산 모델'을 제시했다. 완다그룹이 부지선택과 설계·건설·입주업체 모집·관리 등을 담당하고 완다광장이라는 이름과 경영모델을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 투자는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이 바로 경량자산 모델이다.
반대로 완다가 투자부터 건설, 경영, 임대 등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방식은 '중량자산(重資産) 모델'로 분류된다. 이미 영업 중인 중국 전역 205곳 완다광장 중 31곳에 경량자산 모델이 적용됐다.
완다의 최근 행보에 시장이 크게 반응하는 것은 완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때문이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가 과도한 M&A 행보를 보인 완다, 안방보험, 푸싱 등에 경고 메시지를 내보낸 후 완다는 빠르게 몸집을 줄이고 있다. 자산매각 소식이 잇따르면서 완다의 부채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완다가 과도한 부채로 곧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이를 부추겼다.
시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한 완다의 완다광장 등 자산 매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완다의 핵심 계열사이자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다부동산의 지난해 말 기준 총 부채액은 5277억7000만 위안이다. 왕 회장이 지난 19일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성사된 룽촹중국, 푸리와의 거래가 마무리되면 완다부동산의 대출과 채권 발행액은 2000억 위안까지 줄어든다.
현재 완다부동산의 보유 현금은 1700억 위안, 1300억 위안 규모의 부동산 재고도 있다. 재고물량을 매각하면 수 백 억 위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왕 회장은 설명했다. 대출 상환을 위한 자산 매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완다부동산 뿐 아니라 완다그룹 총 부채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매각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왕 회장은 "완다그룹은 앞으로 혁신기업으로의 성장과 부채 줄이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3년 내 대부분의 금융기관 대출을 상환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앞서 은감회는 완다의 미국 대형 극장체인 AMC 엔터테인먼트, 카마이크 시네마, 영국 요트업체 선시커, 할리우드 영화사 레전더리픽처스, 유럽 최대극장 체인 오데온 & UCI, 북유럽 극장체인 노르딕시네마 등 문화·엔터 분야 M&A 6건이 투자 규정을 위반했다며 주요 국유은행에 대출 중단을 지시했다. 이 중 2건이 아직 진행 중으로 거래 마무리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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